[北 4차 핵실험] 8·25 고위급 합의 무용지물 가능성… 이산상봉·민간교류 등 차질 불가피

입력 2016-01-06 21:43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도 급랭될 전망이다. 지난해 관계 반전 계기였던 8·25 고위급 합의가 무용지물이 될 개연성이 커 남북 당국회담과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등도 무기한 연기가 불기피하다. 오히려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남북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희망적인 신년사를 내놓으면서 올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모든 상황이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에 우리 정부도 동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추가 독자 제재도 검토할 수 있어 당분간 대화 계기는 찾기가 어렵다.

또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을 포함, 임기 중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행하면서 정부 내 대북 불신 기류도 커지고 있다. 8·25합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필수적인데 북한이 이런 신뢰를 무너뜨려버렸다는 인식이다. 남북대화의 토대가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남북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도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양측은 회담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한 채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 등 선언적 내용만 갖고 다투다 성과 없이 돌아섰다. 포괄적 논의를 위한 당국회담을 개최했지만 고도의 결정 권한이 없는 차관급이 나서면서 대화 국면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때문에 지난 8·25합의 같은 고위급 채널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에 반발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고,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강경 일변도로 내달릴 개연성이 높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정부로선 단독 협상보다는 국제 공조에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확대됐던 민간 교류도 흔들릴 여지가 크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민간 교류에 긍정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국제사회가 강공에 나설 경우 기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북한엔 민간 교류 역시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협력 방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민간 분야까지 ‘올 스톱’시키지 않고 물밑에서 비정치적 협력을 이어나간다면 추후 계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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