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고 없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대내외적 동시 목적을 지닌다. 밖으로는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국제적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는 오는 5월 36년 만에 여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핵전력을 과시해 인민들을 결집시키고 경제난을 희석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핵보유국 완성’ 선포=북한이 지난해 잇단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강행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일관된 행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양탄일성(兩彈一星)’ 전략을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탄일성은 핵전력은 원자폭탄과 수소탄이라는 ‘양탄’을 갖추고 이를 발사할 인공위성 등 하나의 투발수단(일성)만 갖추면 된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이미 플루토늄과 우라늄(추정)을 이용해 세 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6일 ‘수소탄’ 실험을 끝냈다고 발표하면서 ‘양탄’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려 했다. 북한은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SLBM 개발에 몰두하면서 투발수단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이 SLBM 개발까지 성공할 경우 사전 탐지를 피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장이 완료됐으며 이번에 수소탄까지 개발하면서 ‘핵국가’를 완성했음을 함축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일관되게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소탄 개발 역량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이 성공했다면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북한의 수소탄 개발 여부에 면밀하게 사실 확인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 이후 정부 성명을 통해 6자회담이 전제로 하고 있는 ‘핵 폐기’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역시 미국과 중국 등 기존 핵보유국과의 공동 핵군축 회담을 주장하며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임기가 끝나가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를 향해 ‘전략적 인내’ 정책 포기를 촉구하고 북·미 직접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도발이라는 것이다.
◇당 대회 앞두고 핵전력 성과 강조=내부적으로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제1비서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웠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남측의 5·24제재 조치 등으로 ‘돈줄’이 막힌 탓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열린 제1차 남북 당국회담(차관급)에서도 무조건적인 금강산 관광 재개 선언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상태다. 특히 이번 당 대회는 36년 만에 열리는 만큼 김 제1비서는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 고위급 간부들의 탈북·망명이 이어지는 등 내부 불만이 차오르자 핵전력 과시를 통해 인민들을 결집시키려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 대회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 차원에서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주민 충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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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6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