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교육감협회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대한 정부의 ‘경고’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해 제안했다 거절당한 ‘긴급회의’ 카드도 다시 꺼냈다.
정부와 교육청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육대란’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서울과 충북 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것은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청주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교육감협의회는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교육감들을 겁박해 누리과정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폭력적”이라고 비난했다. 회견에는 조희연(서울) 이재정(경기) 이청연(인천) 장휘국(광주) 민병희(강원) 김승환(전북) 교육감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교육감들에게 직무유기, 감사원 감사, 검찰 고발을 운운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과연 보육대란을 막을 의지가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며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긴급 담화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가 2011년 누리과정 추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별도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는 교육감들 의견을 무시해 왔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올해 교부금이 1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인건비(1조2000억원)와 지방채 원리금 상환(4000억원)을 충당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법적 조치에 나선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과 민 교육감은 법적 공방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험 삼아 나를 직무유기로 고발하라”고 했다. 이들은 직무유기는 정부와 국회가 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고 상위법을 어기도록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교육감들은 수개월 걸리는 법원 판결은 보육대란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없다며 토론회와 긴급회의를 제안했다. 우선 기획재정부,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누리과정 예산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10일 이전에 개최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이어 여야 대표, 기재부 및 교육부 장관,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15일 이전에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장 교육감은 “지난 연말 거절당한 제안을 다시 꺼낸 것은 평행선을 긋기보다 접점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시·도교육청 예산 점검을 마치고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다음 주 초부터 교육감들 설득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교육감들 “정부·국회가 직무유기”… 누리과정 예산 관련 회견
입력 2016-01-06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