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티는 끝났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초강대국인지 모르지만 미국인의 삶은 확실히 전보다 피폐해졌다. 불평등이 커졌고, 일자리 불안이 극심하고,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신자유주의로 내달려온 지난 40여년의 ‘뉴 아메리카’에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져 버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조지 패커는 미국의 현재 상태를 ‘고삐 풀린(unwinding)’이라고 규정하고, 고삐 풀린 사회에서 홀로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개인들의 분투를 전해준다. 현대 미국인의 초상을 그려내는 저자의 수법은 독특하다. 평범한 세 시민의 생애사로 중심을 세우고, 여기에 유명인사 13명의 일대기와 세 도시의 변천사를 섞었다. 저자는 모두 합해서 19가지나 되는 이야기들을 정교하게 완성했고, 이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찢고 붙이는 몽타주 형식으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지난 40여년간 미국이 어떤 나라로 변했는가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단편소설처럼 읽힌다.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출렁거리면서 도전과 실패, 불안과 안도, 희망과 좌절 사이를 오가는 개인들의 아슬아슬한 삶을 어둡고 차갑게 묘사했다. 이 책은 2013년 전미도서상(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는데, “문학적으로 승화된 저널리즘”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저자는 “이 책은 철저한 논픽션 작품”이라면서 “문학적 표현은 1930년대에 출판된 존 더스패스의 3부작 소설 ‘미국’에 신세를 졌다”고 밝혀 놓았다.
대개의 몽타주 작품이 그렇듯 이 책도 명료한 이미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황폐한 풍경과 일그러진 윤곽, 그리고 불안한 분위기 등을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현대 미국의 진짜 얼굴인지 모른다.
“견실한 구조를 상실한 풍경 속에서 미국인은 임시변통으로 자신의 운명에 대처하며 돌파구를 찾아 성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책은 세 명의 평범한 미국인의 삶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한 딘 프라이스는 성공의 야망을 품고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가 바이오디젤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태미 토머스라는 여성은 오하이오의 제철도시 영스타운의 흥망성쇠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중년에 이른다. 제프 코너틴은 대학시절 조 바이든을 만난 후 워싱턴의 정치세계에 인생을 걸었다가 좌절한 후 먹고사는 일에 매달린다. 이 셋의 생애는 미국 소시민들이 살아온 궤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다수의 이름 없는 미국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뒤로 처질 때, 소수의 유명인사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들 역시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저자는 실패하고 고립되고 안간힘을 쓰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이사이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 등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 이런 배치가 자아내는 효과는 명백하다. 비정상적인 불평등, 지배층의 탐욕, 그리고 이에 대한 분노 등이다.
미국의 성공과 활력을 상징하는 실리콘밸리, 미친 듯한 확장 이후 몰락한 플로리다 탬파베이, 자본주의의 심장이자 최고 문제가 돼버린 월스트리트. 이 세 도시의 이야기 역시 근래 미국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삽화로서 손색이 없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美 소시민의 초상, 그 민낯은… 미국, 파티는 끝났다
입력 2016-01-08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