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강아지랑 두더지랑 숨바꼭질을 한다. 강아지는 금세 찾아내지만 두더지 콕콕이는 숨바꼭질의 달인이다. 그날은 결국 날이 저물도록 찾지 못했다.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콕콕이. 꼬마와 강아지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콕콕이가 숨은 땅굴로 들어갔다. 구불구불, 구불구불. 한참을 갔다가 고개를 쏙 내미는 이들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오잉? 여기가 어디지? 바로 달이란다. 중력이 지구의 육분의 일이라는 달 말이다. 그래서인가. 스카이 콩콩 놀이 하듯이 이곳에선 몸이 포올짝, 두둥실 떠오른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달 세상에서 혼자 즐겁게 노는 게 아깝고 미안해 차례차례 사람들이 생각난다. 무릎이 아프다는 할머니, 배 속에 동생이 들어있어 몸이 무겁다는 엄마, 다리 다쳐 붕대를 칭칭 감은 고양이 나비, 어항 속에만 갇혀 사는 물고기 팔랑이…. 모두가 초대돼 달세계에서 가뿐가뿐, 야호 신나게 논다. 그래도 누군가를 부르지 않는 기분이 든다. 아차, 휠체어 타고 지내는 누나가 있지.
꼬마는 마침 주머니 속에 있던 씨앗을 심는다. 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금방 싹이 나더니 귤이 주렁주렁 열린다. 모두가 황금 귤을 나눠 먹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들이 떠나자 숨어 있는 달나라 친구들이 그 귤을 따먹는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나눔과 배려를 즐겁고 발랄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꼬마가 달나라로 불러들인 사람들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노인, 임산부, 장애우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다.
작가 특유의 간결한 선으로 귀엽고 아가자기하게 표현된 캐릭터 덕분에 그런 주제가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만화처럼 작게 컷을 나눈 장면이 이어지다가 시원하게 양쪽으로 펼쳐진 그림이 나오기도 하는 등 리드미컬한 화면 분할이 책이 주는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더욱 살려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오잉?] 달을 배경으로 즐거운 상상이 만들어낸 나눔과 배려
입력 2016-01-07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