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소망교회 담임목사 “한국교회 가장 큰 위기는 진정한 회개가 없다는 것”

입력 2016-01-06 20:17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가 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큰 교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시대는 갔다”며 “목회자, 신자 모두가 건강한 교회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학 기자

“한국교회의 가장 큰 위기는 회개가 없다는 것입니다. 회개는 하는데 진정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회개해야 교회가 삽니다. 회개해서 자신을 개혁하고 삶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위기 탈출의 해법은 없습니다.”

김지철(67) 소망교회 담임목사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성경은 하나님의 심판이 ‘하나님의 집’부터 시작한다(벧전 4:17)고 경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핵심이 교회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보고, 영적 지도자를 포함한 모든 신자들은 죄를 회개하고 믿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앙인들이 성경 말씀(Text)과 삶의 정황(Context)을 연결하는 ‘해석자’로 살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눈으로 시대를 분별해야 한다”며 “말씀의 텍스트를 컨텍스트에 적용하라”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장신대) 교수로 활동하다 2003년 54세의 나이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소망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13년간 ‘조용히’ 목회해왔다. 교회 담임목사실은 지하 1층이다. 창문이 없어서 햇볕 한 조각 들지 않는다. 김 목사는 거기서 “좀 오래 앉아 있는다”고 했다. 자신의 방을 ‘카타콤(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피해 예배를 드리던 지하묘지)’이라 불렀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회개를 상실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영적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습니다. ‘이만하면’ 의식이 팽배합니다. 주일성수 하고 십일조 하니 ‘이만하면’ 됐고, 큰 교회 다니니 ‘이만하면’ 괜찮다는 식인데 이는 자부심이 아니라 교만입니다. 둘째는 영적 패배주의입니다. 신자들은 목사·장로의 삶이 세상과 구별이 안 되고, 교회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아 교회를 떠납니다. 이른바 ‘가나안 성도’를 양산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바둑의 복기(復棋)를 예로 들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는 과정이다. “프로 기사는 자기 패배 이유를 복기를 통해 압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복기 능력이 없습니다. 자기가 왜 그 수를 두었는지 모릅니다. 오늘 한국교회 문제는 ‘복기 능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합니다. 한국교회가 복기 능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보수·진보로 갈린 한국 사회와 교회를 향해 ‘날개론’도 제시했다. “새가 날려면 두 날개, 즉 우익(右翼)과 좌익(左翼)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날려면 왼쪽에 힘을 실어야 하고요. 왼쪽으로 날려면 오른쪽에 힘이 들어가야 합니다. 새가 땅에 앉으면 날개는 몸통에 감춰야 합니다. 보수 진보 모두 소중합니다. 교회와 정치가 두 날개로 이 땅의 소중한 백성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는 “성경의 핵심이자 몸통은 사랑과 정의(공의)이다. 교회는 이를 지향해야 한다”며 “큰 교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시대는 갔다. 목회자와 신자들은 건강한 교회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교회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목사가 존재하게 됐는데, 요즘엔 목사를 세우기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이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며 명백한 타락”이라고 했다. 그는 구약성경 예레미야 50장 6절까지 인용하며, “목자들은 양들을 곁길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현재 한반도평화연구원과 장신대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2년 전엔 종교인 과세 찬성, 교회 사유화·목회 대물림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