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TV광고부터 가짜 논란

입력 2016-01-06 20:59

미국 공화당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으로 선보인 대선 TV 광고가 허위 논란에 휩싸였다. 모로코 국경으로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보여 주면서 마치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진 일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달 초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30초 분량의 TV 광고는 “미국 남쪽 국경에 멕시코의 비용으로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레이터가 이 메시지를 들려줄 때 화면에는 국경을 따라 세워진 담장을 향해 한꺼번에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사진). 마치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에서 실제 벌어진 장면 같아 보인다.

그러나 검증전문사이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이 장면은 이탈리아 방송 레푸블리카TV가 모로코 국경으로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촬영한 것이다. 2014년 5월 1일 방송된 이 장면은 1000여명의 난민이 국경을 따라 세워진 담장을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유튜브에도 올라 있어 누구나 검색할 수 있다.

폴리티팩트는 이 광고의 진위를 검증한 뒤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로 규정했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에서는 성명을 내고 “지금 즉시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막지 않으면 미국도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TV 광고가 나간 직후 “매우 자랑스럽다”고 자찬했었다. 트럼프는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2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각각 앞두고 이 두 지역에서만 TV 광고료로 1주일에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쓰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처음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전국적인 지지율은 공화당 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NBC뉴스와 서베이몽키가 조사해 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지율 35%를 기록해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8%)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눌렀다. 3위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으로 13%였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9%,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6%에 그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