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장기 공백으로 잔뜩 움츠렸던 CJ그룹이 기지개를 켜며 올해 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투자를 늦출 경우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2013년 7월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미뤄왔다. CJ제일제당, 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투자 건은 이 회장 구속과 함께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올해에는 손경식 회장이 4일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성과 창출’을 강조하는 등 확실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손 회장은 “각 사는 주력 사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해 글로벌 1등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야 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더욱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조기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각 계열사들은 M&A 전담 인력을 배치하거나 보강해 사업 확장에 필요한 해외 기업 인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를 SK텔레콤에 매각해 1조원이라는 든든한 ‘실탄’도 마련된 상태다.
특히 CJ대한통운은 박근태 CJ중국본사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하면서 해외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중국 냉동물류회사 룽칭(榮慶·ROKIN) 물류를 인수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청두(成都)점 개관으로 해외 100호점을 돌파한 CJ CGV도 올해 해외 현지극장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바이오 관련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CJ “해외기업 M&A 공격 앞으로”… CEO 공백 딛고 기류 변화
입력 2016-01-06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