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뒷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성공한 팀들만 봐도 든든한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구단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스프링캠프 공통의 숙제로 ‘마무리 찾기’를 꼽는다. 그 많던 소방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10세이브 이상을 거둔 투수는 11명이다. 이 중 지난 시즌에 이어 소속팀에서 마무리로 재신임을 받은 선수는 두산의 이현승과 NC 임창민 정도다. 이적과 보직 이동, 방출 등으로 최대 8개 팀에서 새 마무리 투수를 찾고 있다.
넥센은 지난 시즌 후 마무리 캠프 때 구상해 놨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 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셋업맨에 한현희, 마무리에 조상우를 놓고 불펜 운영 구상을 짰지만 한현희가 지난달 22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전면 수정됐다.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옮긴 손승락의 공백과 겹치면서 조상우의 보직은 마무리에서 선발로 바뀌었다.
염 감독은 6일 서울 목동구장 시무식 이후 취재진과 만나 “계획의 40% 이상 이뤄지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조)상우 같은 경우 올 시즌 세이브 랭킹을 좀 올려놓고 선발로의 전환에 좀 더 준비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사람을 움직이는 거라 그만큼 힘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마무리는 고심 끝에 김세현으로 개명한 김영민으로 결정했다. 염 감독은 “세현이가 구속이 빠르면서 마무리로서 적합한 구위를 갖고 있다. 본인도 자신 있어 한다”면서 “스프링캠프를 통해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지만 스스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KIA와 LG는 각각 지난 시즌 마무리였던 윤석민과 봉중근이 선발로 복귀하면서 마무리 공백이 생겼다. LG의 경우 정찬헌과 임정우 등 포스트 봉중근을 꿈꾸는 영건들이 버티고 있지만, KIA는 윤석민을 임시 소방수로 쓸 수밖에 없었던 지난해 초반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마무리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심동섭은 제구 난조로 안정감이 부족하다.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한승혁도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김기태 감독은 아직 새 마무리 투수를 정하지 않았다.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후보를 찬찬히 살펴볼 예정이다.
반면 SK와 kt는 후보군이 비교적 풍부하다. SK는 정우람이 FA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박희수가 건재하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부상에서 복귀한 박희수는 정우람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카드다. kt 또한 국가대표급 마무리 조무근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하다.
원정 도박 파문으로 ‘세이브왕’을 잃은 삼성도 안지만이라는 뚜렷한 마무리 자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도 임창용처럼 원정 도박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 프런트가 안지만을 더 이상 죄인 취급하지 않겠다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기획]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특명 “소방수 찾아라”
입력 2016-01-07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