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C채널은 최근 서울 강동구 C채널 스튜디오에서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을 초청해 ‘신년 좌담-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를 가졌다. ‘우리 시대 종교 개혁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아 회복해야 할 교회의 본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좌담 참석자
●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목사
●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
<사회=김학중 안산 꿈의교회 목사>
-2016년 새해를 맞아 다짐과 소망을 전해 달라.
△이정익 목사=지난해 경제·사회적으로 많이 어려웠다. 올해는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인이므로 ‘소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바른 자세다. 긍정의 힘을 믿으면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다.
△박종화 원로목사=새해가 되면 ‘내가 꿈꾸는 미래가 얼마나 이뤄질까’ 하는 셈을 습관적으로 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도인의 미래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축복이 오게 돼 있다. 이를 믿고 새해를 맞이하면 매 순간이 기대될 것이다.
△최성규 목사=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신 하나님이 분명 새해에도 함께하실 것이다. 주님을 향한 소망과 꿈이 있다면 현실은 언제나 좋은 것으로 바뀐다. 힘들 때일수록 주님 안에서 합력해 선을 이뤘으면 좋겠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교회 진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위기’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목사=1970∼80년대 한국사회의 경제 부흥과 함께 한국교회가 교회를 짓는 데 목표를 두는 동안 본질을 잃어버리고 탈선한 게 문제다. 여러 종교 중 기독교가 월등하게 사회봉사에 많이 참여한다. 그런데도 한국교회가 사회와 공감하지 못하고 지탄받는 것은 유턴 지점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는 위기에서 만들어진다. 기대가 있기 때문에 지적도 한다는 생각을 갖고 1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 목사=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 사회사업을 하나 하더라도 교단과 교회 이름이 아니라 ‘기독교’로 해야 한다. 교회가 불신자에게도 사랑받는 종교가 되면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이 줄어들 것이다. 한국교회는 실천적 복음을 강조하고 기독교 전체의 이름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비기독교인들은 주로 언론 등 매스컴을 통해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통계가 있다. 매스컴이라는 창으로 비쳐지는 기독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박 원로목사=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신앙생활은 잘하지만 생활신앙이 부족하다. 하지만 매스컴은 신앙생활보다 생활신앙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윤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선교는 신앙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생활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기독교는 종교에 그칠 게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도하는 만큼 생활 속에서 모범적으로 신앙을 실천해야 한다.
△이 목사=인격에도 수준이 있다. 일반인과 달리 목회자를 비롯한 성직자들이 실수하면 사회적 충격이 크다. 인격의 비교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이면에 선한 모습이 많더라도 매스컴은 실수를 더 조명한다. 세상의 까다로운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크리스천 스스로 선함을 쌓아가야 한다. 정도를 걸어간다면 사회의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가나안 성도’(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는 사람)가 100만명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들을 어떻게 품어야 하나.
△박 원로목사=종교개혁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교회는 많은데 복음이 없었다. 지금은 복음은 많은데 복음을 담을 제대로 된 교회가 없다. 가나안 성도 현상을 도전으로 보고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슬람과 싸우면서 기독교 정체성을 지켰던 정교회 신자들은 ‘생활이 곧, 예배 다음에 드리는 예배’라는 생각으로 산다. 예배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사는 곳이 곧 교회가 되도록 한다면 가나안 성도는 축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목사=한국교회는 사회에 잘 보이려 하면 안 된다. 보여주려 하니까 위선이 나온다. 봉사를 해도 눈에 보이는 봉사로 하면 안 된다. 교회를 건축할 때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으면 성공한 교회다. 그런 교회가 많아질 때 가나안 성도가 돌아온다. 교회의 강단을 낮추고 목회자는 진부함을 벗고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형식주의를 털어내고 가나안 성도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내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다. 회복돼야 할 한국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목사=내면의 세계를 비워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부흥에 도취돼 자만한 채 마음의 부자가 되기도 전에 외적인 부자가 돼서 문제가 된 것이다. 영성에 초점을 맞추면 본질을 향해 저절로 회귀하리라 생각한다.
△최 목사=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재해석해서 한국교회에 배포하길 제안한다. 루터의 개혁 조항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항목들도 있다. 그것을 재해석해 목회자와 지도자부터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선포하는 운동을 펼친다면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다.
△박 원로목사=독일과 유럽의 종교개혁은 교회의 개혁만이 아니었다. 교회가 바뀌니 사회 전반까지 바뀌었다. 한국교회 개혁의 이유는 이 세상과 사회가 구원받기 위함이다. 교회 개혁은 자기 본질에 충실토록 하는 것이자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해 광복 70주년, 선교 130주년을 맞은 한 해를 보냈다.
△박 목사=여전히 분단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으니 제2의 해방을 만들고 통일을 이루는 게 숙제다. 기독교 2000년 역사상 130년 만에 급속한 성장과 내적 성숙을 이룬 나라는 없을 것이다. 선교사를 파송 받던 나라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이동이다. 이제는 선교사를 오랫동안 파송한 나라들과의 신학적 수준, 영적인 폭, 내적인 깊이를 잘 맞춰야 한다. 130년 동안 이어 온 소금과 빛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역사에 대한 감사와, 세계 교회를 위해 귀한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 분 모두 섬기던 교회를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목회 후임자 선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 목사=후임자 선정 과정이 교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에 우선을 두는 것’이다. 목회자와 평신도의 관점은 다르다. 둘 사이에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신촌성결교회의 경우 목회자 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빙위가 후보자를 먼저 제안하면 목회자 입장에서 재검증한 뒤 당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양측의 주장을 잘 조율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3월 중으로 후임자를 결정하고 5월부터는 동사목사로 동역한 뒤 6월에 은퇴할 계획이다.
△박 원로목사=나는 지난해 말 은퇴했고 이달 말에 채수일 목사가 부임한다. 개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후임자를 선정할 때 교회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은 맞다. 현재 목회자는 교회 역사의 한 토막을 성실하게 해서 끝낸 것이고 다음에 오시는 분은 다른 한 토막을 맡게 되는 것이다. 다만 교회가 목회자를 청빙해야지 신입사원 모집하듯 수십 명이 응시토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목사는 합의 과정을 이끌어주고 결정은 청빙위에서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 목사=나 역시 후임자 선정을 위해 청빙위를 구성하고 ‘나는 추천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청빙위원들의 후보자 추천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아들의 이름이 나왔다. 내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제안한 뒤 청빙위에서 다시 토론하고 재투표했는데 전원이 또 아들을 추천했다. 당회에서도 만장일치였다. 결국 성도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87.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올해 말 은퇴하기 위해 이·취임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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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 “한국교회 생활 속 모범 실천, 세상 구원 공동체 모습 보여야”
입력 2016-01-06 18:08 수정 2016-01-06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