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충분한 증거가 없으면 혼인을 번복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가사부(부장판사 정완)는 A씨(28)가 옛 여자친구 B씨(24)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법률혼주의 아래서는 혼인 무효를 이해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A씨와 B씨의 혼인이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4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가족관계등록부 등 필요한 서류를 챙기다 깜짝 놀랐다. 등록부에는 A씨가 B씨와 결혼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화를 내는 여자친구에게 ‘모르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두 사람은 결국 헤어졌다.
이 황당한 사건의 시작은 장난삼아 쓴 한 장의 혼인신고서였다. A씨와 B씨가 만남을 갖던 2012년 당시 20대 남녀 사이에선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보관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들 역시 장난삼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했지만 두 사람은 4개월가량의 짧은 만남만 가진 채 결별했다. 당시 20살이던 B씨는 헤어진 이후 시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설상가상으로 B씨 역시 새 남자친구를 만나 임신한 상태였고 자칫 B씨가 낳은 아이가 A씨 호적에 오를 판이다. A씨는 결혼 사실 자체를 취소하고자 B씨를 상대로 의정부지법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충분한 증거 없이 혼인을 번복하면 법 근간이 흔들린다는 취지로 1심과 2심 모두에서 A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의정부=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
‘장난삼아 한 혼인신고’ 때문에… 20대 男, 남의 아기 아빠 될 판
입력 2016-01-06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