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눈꽃과 축제의 고장 강원도 평창

입력 2016-01-07 04:00
겨울 눈꽃산행에 나선 등산객이 계방산 정상 인근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주목 앞을 지나고 있다. 설국에서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하늘로 우뚝 솟은 붉은 색의 거대한 주목이 황홀한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대관령 황태덕장
평창 송어축제 얼음낚시
대관령 삼양목장 일출
부일식당 산채정식
새해 들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 강원도 평창에서는 즐길 것이 많다. 국내 대표적인 눈꽃 산행지로 고산의 상고대와 설경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계방산이 있고, 추운 날 더욱 재미있는 송어축제가 열린다. 여기에 겨울에만 허용되는 차량을 이용한 삼양목장 정상의 일출과 대관령 일대의 황태덕장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상의 갈증을 풀어 줄 겨울산과 축제가 있는 곳, 평창으로 지금 떠나자.

‘하얀 현기증’을 불러오는 계방산 상고대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순백의 설산, 새하얀 눈꽃…. 겨울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겨울 산행의 ‘절대 쾌감’에 푹 빠져들게 된다.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 사이에 있는 계방산(해발 1577m)은 우리나라에서 한라 지리 설악 덕유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승용차로 닿을 수 있는 서쪽 관문인 운두령(1089m)을 통하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이곳에서 정상까지 표고 차는 488m에 불과하다. 정상에 서면 백두대간의 수많은 산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전경이 으뜸이다. 폐까지 시원하게 씻어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에 진한 감동을 남길 수 있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날 밤늦게까지 눈이 내렸음에도 이른 새벽 운두령 가는 길은 제설작업이 돼 있어 쉽게 차로 접근할 수 있었다. 운두령이 가까워지면서 고도가 높아지자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흐렸지만 가는 길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운두령에 서니 운무와 함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다. 새벽녘부터 일기예보는 ‘구름 많음’이었는데 잔뜩 흐린 하늘에 설탕 알갱이만 한 싸락눈이 흩날렸다. 나무에 수증기가 얼어붙어 하얀 산호처럼 변한 상고대가 일출 무렵 붉은빛으로 물든 모습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에 나섰지만 하늘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운두령에서 곧바로 시작되는 나무계단을 오르자 좁다란 산길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그동안 내린 눈 위에 간밤에 내린 눈이 살포시 덮여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발끝에 들어가는 긴장감은 늦출 수 없었다.

산길은 깊은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푸레나무군락지, 쉼터, 전망대를 지나면 정상이다. 전망대부터는 가파른 경사 없이 평지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뤄져 무난하게 오를 수 있다. 길은 대체로 유순하지만 간혹 가풀막에 숨이 가빠진다. 머리 위를 덮는 울창한 원시림 대신 사람 키만 한 나무들이 주위에 가득하다. 온몸에 하얀 눈과 서리를 덮은 설화가 평원처럼 드넓게 펼쳐지다 환상적인 ‘설화 터널’을 만들어 낸다. 등산로를 벗어나면 쌓인 눈이 발목까지 잠기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하얀 산호초가 어우러져 바닷속에 들어온 듯 착각에 빠질 정도다. 몸과 마음이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운두령을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족구장만 한 평지에 거대한 돌탑과 정상석을 갖춘 정상에 올랐다. 날씨가 흐리고 눈발이 흩날려 시야는 몇십m 앞에 멈췄다. 대신 안내판을 통해 마음속으로 확 트인 전망을 상상했다. 북쪽으로 설악산과 점봉산이, 동쪽으로 오대산과 대관령이, 서쪽으로 태기산 등이 겹겹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탁 트인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능선 따라 펼쳐진 ‘눈꽃’ ‘서리꽃’만으로도 충분히 장쾌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슴 깊이 들이치는 공기가 상쾌했다.

하산길은 자동차야영장(계방산 오토캠핑장) 방향으로 택했다. 계방산의 백미인 주목군락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덩치도 크고 대부분 살아 있어서 우아한 멋이 넘친다. 갈라진 기둥 틈 사이로 어른 한 사람이 쑥 들어갈 만큼 우람한 것들도 많았다.

주목 군락 밑으로 1㎞ 정도는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이어 노동계곡을 따라 물길을 넘나들고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이 수시로 앞을 가로막았다. 노동계곡의 물은 맑고 차가운 것으로 유명하다. 골이 깊은 이곳엔 1급수에서만 산다는 ‘금강모치’뿐 아니라 다른 계곡에서는 보기 드문 ‘옆새우’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바지의 낙엽송 숲도 정갈했다. 운두령을 출발해 정상·주목군락지를 거쳐 자동차야영장으로 내려오는 데 약 4시간30분 걸렸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던 이승복의 생가도 나온다.

‘겨울맛’으로 다가오는 축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은 송어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다. 힘이 세서 손맛도 좋다. 평창 송어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제9회 평창송어축제가 오는 31일까지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로 펄떡이는 송어를 낚아 올리는 재미를 주는 평창송어축제에는 얼음낚시와 텐트낚시, 송어 맨손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송어낚시에는 미끼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보자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 누구나 ‘손맛’을 볼 수 있다.

낚시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유쾌·통쾌한 송어잡이를 하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이’에 도전해 보자. 얼음이 동동 뜨는 커다란 수조에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체험이다. 반바지를 입고 겨울 냉수에 걸어 들어가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아채는 재미는 낚시와는 또 다른 손맛을 전해준다. 직접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회와 구이, 매운탕으로 대표되는 송어요리는 탕수육, 튀김 등 다양한 요리도 가능하다. 더욱 푸짐한 송어를 맛보고 싶다면 인근 송어 전문점을 찾는 것도 좋다.

겨울축제답게 눈과 얼음이 함께하는 신나는 레포츠도 빼곡하다. 눈썰매를 비롯해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스노래프팅, 카트라이더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는 얼음카트와 얼음 위에서 즐기는 얼음자전거 등 눈·얼음 레포츠가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 또 스케이트, 전통썰매, 사륜 오토바이 등 빼놓을 수 없는 놀이도 기다린다.

한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대관령눈꽃축제는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횡계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24회를 맞는 눈꽃축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다. 국내외 유명 건축물을 본뜬 초대형 눈 조각과 캐릭터 눈 조각 30여점이 전시되며,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와 경기 종목을 다이내믹하게 형상화한 100m에 이르는 국내 최대·최장 눈 조각도 선보인다. 한국의 민속촌을 축제장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스노 빌리지도 놓치면 안 될 포인트다.

마음을 정리해주는 해맞이

평창에는 일출로 유명한 포인트가 여럿 있지만 겨울철에는 대관령 삼양목장이 손꼽힌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초지 목장에 우뚝 솟은 하얀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발 1140m에 있는 ‘동해전망대’는 일출로 유명하다. 맑은 날이면 동해와 강릉, 주문진까지 훤히 보이는 해맞이 단골 장소다. 특히 겨울철에는 개인 차량출입을 허용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떨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고지대의 특성상 구름에 가려지는 날이 많다. 날씨가 좋으면 주홍빛 일출이 수평선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날씨가 흐려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발아래 펼쳐진 강릉 시내의 새벽 풍광이 위안을 준다.

반대편 풍경도 일품이다. 노인봉·동대산·두로봉·상왕봉 등의 유려한 능선이 줄지어 서 있다. 눈으로 하얗게 덮여 산야는 더 광활하고, 계곡의 곡선은 더 매혹적이다.

여행메모
겨울 ‘진미’ 대관령 황태, 저렴한 한우 일품


영동고속도로 속사IC가 계방산과 가깝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속사IC에서 나와 좌회전해 운두령 방향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이승복 기념관을 지나 운두령에 닿는다. 속사IC에서 1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방아다리약수 이정표가 있다. 가리재 넘어 약 7㎞를 가면 약수터다.

산행은 운두령∼전망대∼정상∼주목군락지∼자동차야영장 코스(4∼5시간)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갈림길이 없어 길 잃을 염려도 없다. 하지만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눈이 바지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스패츠는 기본이고 아이젠도 필수다. 특히 보온에 대비해야 한다. 방한복은 물론 보온병과 초코바, 여분의 배터리와 손전등을 챙겨야 한다.

대관령 삼양목장에 갈 땐 횡계IC로 나가야 한다. 횡계로터리를 지나 횡계초등학교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목장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입장료는 8000원이다.

평창은 요즘 황태가 제철이다. 용평스키장 입구의 황태회관(033-336-5795)은 황태국을 비롯해 다양한 황태 음식을 내놓는다. 대관령한우타운(332-0001), 평창한우마을(334-9777) 등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맛난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진부면 부일식당은 산채정식(사진·9000원) 맛집이다(평창송어축제위원회 033-336-4000,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5-3995).

평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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