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가역적 해결로 법적 책임 끝났다고 기만” …‘위안부 합의’ 긴급토론·세미나

입력 2016-01-05 22:0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동희 기자

“이런 사죄 받으려고 우리가 여태까지 고생하고 있습니까. 너무 분하고 억울해 죽을 때까지 싸울 거예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강단에 올라 말했다. 이어 토론회가 시작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4개 단체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문제점을 다루는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피해 당사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의 참여 속에서 피해자에게 의사표현의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에 비춰볼 때도 이번 합의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로 법적 책임이 끝났다고 기만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다시 식민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청구권협정에 해석상의 분쟁이 존재하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는 정부에 2011년 헌법재판소가 ‘부작위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합의에도 해석상의 분쟁이 많다. 한국 정부는 다시 위헌 상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조시현 전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 간 합의에 불과할 뿐 조약이 아니다.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선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가 ‘위안부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위안부 합의에서) 법적 책임을 100% 인정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그 후속조치로 정부 예산을 사용해 명예회복과 상처치유 사업을 실시한다고 한 만큼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우리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과 충분히 교감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겸허하게 수용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소통·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을 빚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문구에 대해선 “양국 정부의 신뢰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소송행위, 지원단체 및 시민단체의 활동 등에는 제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근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도의적 책임’ 차원은 벗어나 ‘법적 책임’의 방향으로 나아간 형태의 외교적 절충”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사안의 복잡성과 민감성, 양국 간 현격한 입장차를 감안하면 일정 정도의 불명확성과 애매함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향후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