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중 고위험대출 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부진이 길어지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 대출 상환에 대한 이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금융권 설문조사 결과 올해 자영업자가 포함된 중소기업 및 가계의 신용위험이 부쩍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19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이 금융사에서 받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산한 수치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약 1485조원의 35%에 해당한다.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을 이용하는 농림·어업 종사자 대출(약 55조원 추정)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용 대출의 경우 자산 담보가치 대비 대출액 비율(LTV)이 70%가 넘는 고위험대출 비중이 18.5%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영업의 경우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비중이 높다. 이들 대다수가 영세 자영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거나 경기가 둔화될 경우 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업자 대출을 포함해 가계 및 기업대출을 중복해 보유한 비중이 63.6%(330조5000억원)로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며 “자영업자의 불규칙한 소득 흐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대출은 다중채무자(금융사 3개 이상 대출 보유자)와 함께 잠재적 뇌관으로 꼽힌다.
빚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올해 경제주체들의 신용 위험도가 높아져 상환능력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가 속한 중소기업과 가계의 신용도는 급속도로 악화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4분기 국내 172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은행들은 올 1분기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가 전 분기보다 6포인트씩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4분기 16에서 올 1분기 22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1로 뛰었다. 이는 대기업 상승분(3포인트)의 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5로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3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금융사가 많다는 의미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이 저금리 환경에서 계속 생존하면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높인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520兆 자영업자 대출 가계부채 뇌관되나… 길어지는 경기침체에 커지는 금리인상 가능성
입력 2016-01-05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