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선상서 사라진 정치인들… 成 리스트·포스코 비리 연루 국회의원 수개월째 잠잠

입력 2016-01-05 21:21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일었던 거물급 정치인 3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개월째 멈춰서 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비리 연루 국회의원 수사는 계속된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가시적 움직임은 없다. 검찰은 국회 일정을 탓하지만 정치적 고려에 따라 시간을 지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9∼10월 포스코 외주업체 9곳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 포항에 기반을 둔 유력 정치인들이 이른바 ‘기획법인’을 내세워 포스코 측에서 불법자금을 제공받고 있다는 정황에 따른 것이다. 핵심 수사 대상은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이병석 의원이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우선 불러 조사한 뒤 10월 29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 수사 여부를 놓고 수사팀과 대검 수뇌부가 이견을 보인 끝에 불구속 결정이 나면서 사실상 수사 기세도 내리막을 탔다. 기정사실화됐던 이 의원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8개월간의 포스코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현직 의원의 포스코 기획법인과 관련된 의혹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에 명기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도록 이 의원 수사 진척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검찰은 “확인할 게 남았다” “윤곽이 곧 나올 것” 등의 답변만 반복할 뿐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역시 지난해 7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한길 이인제 의원 사건 수사는 향후 계속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들지 않았지만, 검찰이 추가로 범죄 단서를 인지했다. 이 의원은 2000만원, 김 의원은 3000만원 안팎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받은 혐의였다. 두 의원은 당시 세 차례 출석 통보를 받고도 응하지 않았다. 이후 수사팀이 해체되고 그나마 남은 인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재판의 공소유지에 집중하면서 김·이 의원 수사는 6개월째 공전 중이다.

검찰은 의원 3명의 주변 조사가 끝나 소환조사가 이뤄지면 곧 사건의 결론이 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부터 국회 회기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현직 의원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설명도 한다. 그러나 검찰이 수개월간 소환 통보조차 하지 않고 방기하는 것은 수사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 정기인사도 조만간 있을 예정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컸던 수사가 끝난 것도, 끝나지 않은 것도 아닌 채 시간만 보내는 건 정도가 아니다”며 “기소든, 불기소든 조속히 매듭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