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이른바 ‘스윙보터’(Swingvoter·부동층 유권자)를 넘어 기존 정당 지지자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런 추세가 수치로 확인되자,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현역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거대 돌풍으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층은 무당층을 중심으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충성도가 약한 지지자들이 일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3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1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률 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1% 포인트)가 이를 보여준다. 안철수 신당을 포함시켰을 때 기존 정당들의 지지율 감소 폭을 모두 더했더니 안철수 신당 지지율과 일치했다. 더민주(-2.5% 포인트)보다는 새누리당(-3.4% 포인트)의 감소 폭이 더 컸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신년 조사(12월 28∼29일)에서도 안철수 신당을 조사대상에 넣자 새누리당에선 6.8% 포인트, 더민주에선 3.6% 포인트가 빠졌다.
단 몇 백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와의 통합이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고 선거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선거가 임박하면 야권 후보는 더민주든, 안철수 신당이든 한 명으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지지층이 더민주에 20%, 안철수 신당에 20% 식으로 표를 나눠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힘이 쏠린 정당의 후보가 새누리당과 1대 1로 붙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 지지율은 고정 지지율에 플러스 ‘알파’가 합쳐진 건데, 이 알파는 대안이 생기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라며 “수도권에선 더민주보다 안철수 신당이 훨씬 위협적”이라고 했다. 야권 분열로 인한 여당의 반사이익이 없을 거란 얘기다.
같은 당 이재오 의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간표가 와줘야 되는데, 여당과 야당으로 갈 중간표가 다 제3당으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제3당 출연이 여당에 유리하다고 하나 실제 선거 결과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180석 확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인식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한 의원은 “선거는 얻고 싶은 의석수를 내걸고 치르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의석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표를 주십사 호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과 맞붙어야 하는 더민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야권 강세 지역일수록 본선보다 경선이 치열해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되면 양보 없는 후보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야권 강세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는 말도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이슈분석-안철수 신당 바람에 정치권 촉각 곤두] ‘스윙보터’를 넘어 與野 지지자들도 꿈틀거린다
입력 2016-01-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