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3일(현지시간) 새로 공개한 인질 처형 동영상에 등장한 네 살가량의 어린이(사진)가 스웨덴 출신 남성과 영국 출신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것으로 밝혀져 유럽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언론들은 서유럽 출신 ‘IS 전사’ ‘지하디 신부’에 이어 그들이 낳은 ‘지하디 주니어’까지 등장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4일 IS의 동영상에 등장한 어린이가 런던 시민 헨리 대어의 손자이자 시리아에 ‘지하디 신부’로 건너간 여성의 아들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헨리 대어는 현지 언론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IS 동영상에 나온 아이는 내 손자 이사, 내 딸 카디자의 아들”이라면서 “IS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이용하고 있다. 손자는 그곳의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몇 해 전 IS 전사와 결혼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났다”면서 “딸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우리 가족을 부끄럽게 했기에 계속해서 무시해 왔다”고 말했다.
런던 남동부의 나이지리아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카디자는 열여덟 살 때 이슬람교로 개종해 시리아로 떠난 후 스웨덴 출신의 IS 전사 아부 바크르와 결혼했다. 그녀는 2014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K-47 소총을 든 모습이나 아들의 모습을 게시하곤 했다.
지하디 주니어의 등장에 유럽은 어린이들의 급진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경찰은 지난해 여름 기준 30명 이상의 자국 아이들이 급진화 문제로 가정법원에 출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국 대테러 경찰국 마크 로울리 경무관은 “아이들의 나이는 만 2∼3세에서 17세까지 다양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영상에서 ‘영국인 스파이’들을 총살한 인물로 등장한 새로운 자국민 IS 전사 ‘지하디 존’의 정체도 드러났다. 그는 ‘아부 루마사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32세 남성 싯다르타 다르로, 영국 런던 동부에 거주하던 세일즈맨이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다르의 여자형제인 코니카 다르는 “믿고 싶지 않지만 동영상 속 목소리는 싯다르타 같다.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라파엘로 판투치 왕립안보연구소장은 “동영상에 등장한 ‘지하디 존’은 런던 출신이며 좋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알무하지룬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아부 루마사야와 이번 IS 동영상의 음성이 아주 흡사하다”고 밝혔다.
다르는 불법단체로 규정된 이슬람 급진주의 조직 알무하지룬에 몸담은 혐의로 2014년 9월 체포된 바 있으며 15개월 전에 아내, 네 명의 자녀와 함께 시리아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IS 동영상 속 4살 아이, 英·스웨덴 부부의 아들
입력 2016-01-05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