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인 올해 국내에서 포문을 여는 작품은 국립극단의 ‘겨울 이야기’다.
10∼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아내가 친구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오해한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가 결국 가족을 사지로 몰았다가 16년 동안 참회의 시간을 보낸 후 극적으로 만나 용서를 빌고 화해에 이르는 내용을 그렸다. 전반부는 비극적이지만 후반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극 중 하나다. 방대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나는 스토리로 인해 국내에서 전막으로 공연된 경우가 드물다.
5일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예술감독은 “올해 국립극단의 기획 주제인 ‘도전’에 맞게 평소 무대화하기 어려운 ‘겨울 이야기’를 선택했다”면서 “진실을 직면하는 아픔과 고통이라는 힘든 시간을 거쳐야만 화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작품 메시지가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를 초빙했다. 2003년 헝가리 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그는 5년간 관습을 탈피한 혁신적인 연출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헝가리의 사회·정치적 현실을 고전에 빗댄 작품 성향 때문에 보수적인 헝가리 정부의 눈 밖에 난 그는 관객과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예술감독을 물러나야 했다. 두 달 전부터 한국에서 배우들과 작업 중이며 각색도 직접 맡았다.
알폴디는 “셰익스피어 작품이 대단하긴 하지만 수백년이 된 텍스트를 현대에 걸맞게 연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셰익스피어 작품을 20편 가까이 연출했지만 매번 각색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대본을 압축하되 단순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또 원작의 중요한 부분은 하나도 생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배우들과 처음으로 작업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잘 연출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했지만 연습하면서 사라졌다”며 “언어는 다르지만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다 똑같은 데다 연극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셰익스피어 ‘겨울이야기’ 사후 400주년 서막 연다… 국립극단 10일부터 무대 올려
입력 2016-01-05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