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불편함을 봇물 터지듯 쏟아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역점 정책이었던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의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행정부의 컨트롤타워인 만큼 입법부 수장에 대해 예우는 해야 하지만 참모들 사이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들은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력할 의사와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임에도 정 의장이 ‘여야 합의’ 명분만 외친다고 여기고 있다. 과연 정 의장이 여야 합의를 위해 가시적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장이 계속 노동·경제법안을 방치할 경우 사실상 이들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것이란 위기감이 퍼진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여야 지도부가 지난해 정기국회 기간 회동에서 ‘법안을 합의처리 한다’고 한 게 바로 합의 아니냐”며 “그런데도 정 의장이 다시 한번 합의가 더 있어야 한다고 계속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 여야 지도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은 정기국회 내 합의 처리, 노동개혁 법안은 임시국회 내 합의 처리’란 약속을 했음에도 정 의장이 이를 ‘합의’로 보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정 의장이 내세우는 ‘여야 합의’ 명분은 이미 세워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 일각에선 정 의장이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정치’ ‘이미지 정치’만 하는 것 아니냐는 삐딱한 시각도 존재한다. 한 참모는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거냐.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며 “(정 의장이) 이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입법마비 사태가 계속되더라도 입법부 수장이 ‘용단’을 내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시각인 셈이다.
또 ‘선거구 획정과 민생법안 연계’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이다. 자꾸 정 의장이 “청와대가 두 가지 연계를 하라고 압박한다”는 생각을 퍼뜨리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정 의장에게 요청한 것도 같은 취지라는 스탠스다. 그런데도 정 의장은 “직권상정하면 성(姓)을 갈겠다”고 하고, 전날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선 ‘노동·경제법과 선거법 연계 처리 불가’ 입장을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언론에 공개하자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청와대는 정 의장의 이 발언이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대통령 뜻까지도 왜곡했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차원에서 핵심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해왔는데, 정 의장은 청와대가 법안 처리를 위해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까지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오도했다는 인식도 깔린 듯하다.
문제는 청와대와 정 의장 간 불편한 관계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정 의장은 재차 쟁점법안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확인한 뒤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정 의장 측은 청와대가 오해를 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의장이 9차례나 회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이미지 정치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다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오해를 살 수 있는 얘기들은 자제하면 좋겠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靑 “대통령 뜻 왜곡, 이미지 정치”… 鄭의장에 부글
입력 2016-01-06 02:59 수정 2016-01-06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