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레알 운명, 내 손안에 있소이다”… 레알 마드리드 새 사령탑 올라

입력 2016-01-05 20:06
그는 2000년대 초반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 그리고 이제 가장 위대한 감독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지네딘 지단(44). 마침내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에 올랐다. ‘아트 사커’의 지휘관이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단이 감독으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5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한다”며 “레알 마드리드 2군을 지휘하고 있는 지단 감독이 나머지 시즌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베니테스 감독은 리그 18경기에서 11승4무3패(승점 37점), 3위란 기록을 남기고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게 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지단에게 쏠리고 있다. 지단은 1972년 6월 23일 실업률이 높고 마약 밀매가 성행한 프랑스 마르세유 빈민가에서 알제리계 부모 스마일과 말리카의 5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는 다혈질로 유명하다. 마르세유의 척박한 거리에서 축구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선 사나워질 수밖에 없다.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를 박치기로 눕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단은 2006년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이룰 건 다 이뤘다. 월드컵, 유럽선수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세리에 A, 프리메라리가, 인터콘티넨털컵 등에서 우승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세 번이나 받았다.

지단은 은퇴 후 방랑자의 길을 걸었다. 뿌리를 찾겠다며 알제리로 향하는가 하면 방글라데시의 한 자선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프랑스 방송에서 해설을 했다. 2009년 3월 페레스 회장의 고문이 되어 레알 마드리드로 컴백했다. 2013년 6월 카를로 안첼로티가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자 코치로 변신했다. 2014년 6월엔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 2군) 감독을 맡았다. 그때 그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 자리를 탐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페레스 회장은 지단의 준비가 끝난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위대한 선수가 지도자로 변신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은 평범한 선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단은 그렇지 않다. 지단이 AS 칸(프랑스)에서 뛰었을 때 그를 가르친 기 라콤브 감독은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의 인터뷰에서 “지단은 재능이 부족한 동료를 포용할 줄 알았다”면서 “그는 개인이 아닌 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먼저 생각한다. 언제나 다른 선수를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지단은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카스티야 감독 시절 이른 아침에 훈련장에 나와 밤늦게까지 머물렀다. 어떻게 해야 팀이 발전할 수 있는지 수시로 코치들과 대화를 나눴다. 지단의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꽃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SNS를 통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까”라며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극찬했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