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수성가형 부호 없는 것은 경직된 산업구조 탓 크다

입력 2016-01-05 18:04
세계 400대 부호 안에 드는 우리나라 부호 5명은 부를 물려받은 상속형 재벌이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표한 부호지수(Bloomberg Billionair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부호 5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으로 자수성가형은 없다.

미국 부호가 125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 중 89명(71%)이 자신이 창업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29명이 포함된 중국의 경우 28명(97%)이 자수성가형이다. 400대 부호 모두를 놓고 보아도 65%인 259명이 자수성가형, 35%인 141명이 상속형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권 국가의 부호들(80명) 중에서도 70%인 63명이 자수성가형이다. 한국의 부호를 제외한다면 어느 수치를 비교해봐도 자수성가형 부호가 상속형보다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부자 100명을 따로 선별해 통계를 내보면 자수성가형보다는 상속형이 훨씬 많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는 한국에서 1조원 이상 부자들 중 84%가 부모에게서 재산을 받은 상속형 부자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래형 산업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400대 부호 안에 드는 세계 각국의 자수성가형 부호들 업종은 상당 부분이 IT 분야 또는 벤처산업 부문이다. 이른바 창조적 아이디어로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창업을 해 막대한 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도 1세대에서는 제조업 분야에서 불가능에 도전해 부를 쌓았다. 하지만 2, 3세대에서는 선대의 부를 이어받는, 또는 좀더 확장하는 수준이었지 미래 분야에 도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미래형 산업으로 구조 개편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나마 IT 분야에서 극소수만이 창업을 통해 부호가 됐을 뿐이다.

이런 산업 구조로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을 지속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 먹거리 분야에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경제·산업계 전체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미래 산업 정책의 초점은 궁극적으로 이 부분에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