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소란이 저물 듯 스쳐 가고/ 아무 말 못한 채 멈춘 우리 둘/ 지나는 사람들 웃는 얼굴 속에서/ 시들은 우리의 사랑을 찾네// 이별이란 말 앞에 선 두 사람이 보고 있는/ 다른 하늘 다른 추억 다른 표정 다른 공간/ 왜 이렇게 아픈 말이 있는 건지, 이별이 다 그런 걸까//…// 어둠이 내 앞에 지친 듯 내려앉아/ 그제야 눈물이 흐른 걸 알았지/ 고요해진 거리, 눈물 속에 잠기네.’
‘영원한 가객’ 김광석(1964∼96)의 미완성곡이 빛을 보게 된 음원 ‘그런 걸까’의 가사 일부분이다. 그의 습작노트에 잠들어 있던 악보가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건 지난해 10월 말. 그 멜로디에 대중이 가사를 붙이고 후배 뮤지션들이 편곡하는 ‘연결의 신곡 발표’(SK텔레콤의 캠페인 프로젝트)에 의해서다. 노랫말은 응모작 1만3700여건 중 대국민 투표를 거쳐 이지혜 번역가의 ‘그런 걸까’가 선정됐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담담하게 노래했다. 여기에 정재일의 편곡과 성시경의 목소리로 완성됐다. 김광석에 대한 그리움이 신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서른둘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훌쩍 떠나버린 김광석. 6일로 어느덧 20주기를 맞는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건만 애잔한 그리움은 여전하다. 목에 하모니카를 걸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모습이 선하다. 84년 데뷔해 4장의 정규앨범을 내며 주옥같은 명곡들을 남겼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등은 우리 가슴에 먹먹한 울림을 줬다.
그의 삶과 음악은 재발매 음반, 공연, 뮤지컬 등을 통해 재조명돼 왔다. 2008년 서울 대학로에 노래비가 세워졌고, 2010년엔 고향 대구에 ‘김광석 거리’가 조성됐다. 6일에는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고 한다. 대회는 끝나도 가슴 시리게 하는 그의 애절한 음악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됐으면 좋겠다. 20주기를 맞아 그의 노래를 들으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김광석 20주기
입력 2016-01-0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