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 흥행 이면에 전필립·엄홍길 ‘22년 인연’

입력 2016-01-05 21:14
엄홍길 대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해 5월 지진피해를 당한 네팔을 찾아 파라다이스그룹이 지원한 성금으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 제공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산행 중 조난당한 후배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원정대를 꾸린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다룬 영화 ‘히말라야’ 관객 수가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휴먼원정대를 꾸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전필립(작은 사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엄 대장의 22년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파라다이스그룹에 따르면 전 회장과 엄 대장은 1994년 10월 처음 지인 소개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후 2005년 엄 대장의 후배 박무택 대원이 히말라야 산행에서 사고를 당했다.

엄 대장은 박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휴먼원정대를 꾸렸지만, 후원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당시 휴먼원정대에 필요한 금액은 현물 지원을 제외하고도 무려 4억원이나 됐다. 원정대 대원 개개인 호주머니를 털어도 도저히 모으기 힘든 거액이었다.

엄 대장은 이리저리 수소문 해보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때 전 회장과 친분이 있던 한 지인이 엄 대장을 전 회장과의 식사 자리에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엄 대장의 사연을 듣게 된 전 회장은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전 회장의 지원 덕에 휴먼원정대는 박 대원의 시신 수습에 나설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을 그린 따뜻한 휴먼 스토리가 바로 영화 ‘히말라야’다.

엄 대장은 “전 회장은 휴먼원정대 결성 당시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동계훈련에도 함께하며 많은 힘을 불어넣어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파라다이스와 함께하며 가슴 깊이 체득한 진리는 ‘네가 부족한 것은 내가 메워주고, 내가 아픈 곳은 네가 어루만져준다’는 단순명료한 삶의 법칙”이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던 파라다이스야말로 진정한 휴먼원정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해 5월에는 네팔 지진 구호성금 2억원을 엄홍길휴먼재단에 전달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이 성금으로 다딩, 고르카 등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식료품과 물 등을 전달했고,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서는 태양열 시설, 텐트, 침낭 등을 마련해줬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