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새해 벽두부터 비상등… 4년째 영업益으로 이자도 못내

입력 2016-01-05 19:10 수정 2016-01-05 21:42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년간 영업이익으로 매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인력조정 계획이 포함되자 노조는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금호산업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박삼구 회장의 계획이 새해부터 위기를 맞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악재까지 덮치며 1∼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849억원, 당기순손실 879억원을 기록했다. 부채 규모는 8조1893억원, 부채 비율은 856.5%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이자는 1500억원 정도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커녕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4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영업이익 981억원, 당기순이익 633억원으로 역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적을 냈다. 2013년 영업이익은 112억원 적자였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작년 말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영상메시지를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영업으로 번 돈으로 빌린 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취약한 손익구조가 4년간 이어지면서 부채비율이 1000% 수준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및 휴직, 예약·발권·국내선 공항업무의 아웃소싱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한 조치”라며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고용안정을 위해 향후 수년간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적인 저수익 국면에 들어선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약진이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이후 대한항공과 경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아시아의 중단거리 노선을 공략했다. 하지만 최근 훨씬 저렴한 가격에 노선도 다양한 LCC가 인기를 끌면서 ‘제2항공사’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여기에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명목으로 금호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 기간 중 금호산업의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를 매입했고, 보유 중인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하는 등의 출혈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인력감축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500명 규모의 일자리가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를 제외한 승무원·정비사·일반직으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해 3일부터 김포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5일 성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잘못된 인수경영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업이익을 내도 이자비용을 충당하느라 당기순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만든 것은 경영진”이라며 “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진에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