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인재 수혈 딜레마에 빠졌다. 비박(비박근혜)계의 ‘전략공천 불가’ 명분론과 친박(친박근혜)계의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 과열로 인해 당 변화를 상징할 참신한 인재 영입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 공천 규칙 제정을 위한 당 특별위원회가 계파 싸움으로 변질돼 공전만 거듭하는 바람에 인재영입 작업이 기약 없이 늦춰져 버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5일 원내대책회의에 나와 “더불어민주당은 인재영입에 사활을 거는데 개혁의 피를 수혈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공천 룰만 갖고 왈가왈부하고 있다”며 “개혁하자면서 개혁할 사람은 찾지 않고 기득권만 지키려고 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본부장은 지도부를 향해서도 “개혁을 위한 공천 룰 고민을 하고 있느냐.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영토경쟁으로 새 인재가 들어올 길을 차단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나서서 개혁의 피를 수혈해 달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람을 찾아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하라”고 했다. 현재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한 달째 공석이다.
조 본부장 지적처럼 새누리당은 참신한 인재 수혈이 꽉 마른 상황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이른바 험지출마 대상자로 언급된 인물은 이미 정치권에 노출된 ‘올드 보이’들이다. 친박이 새 피 수혈이라 주장하는 정치신인은 전부 박근혜정부 장·차관이나 청와대 참모를 지낸 인사들이라 참신성이 확 떨어진다. 게다가 이들은 ‘진박 마케팅’에 ‘올인’해 개혁 이미지도 약하다는 평가다. 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플래카드마다 ‘진실한 사람’이라고 써 놨다. 정치한다는 사람이 왜 대통령을 등에 업고 하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모든 지역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을 강조한 것도 인재수혈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의원은 “인재를 데려오려면 하다못해 비례대표를 주겠다거나 여권이 유리한 어느 지역구를 주겠다는 정도의 얘기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표가 선을 너무 그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원유철 원내대표는 “현재 논의 중인 공천 룰을 통해 새 인물이 안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지도부가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인물을 접촉하고, 고민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개혁법안 처리가 끝나면 새 피를 수혈하는 데 다들 앞장서서 뛸 것”이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與, 계파간 ‘공천룰 전쟁’에 인재가 안 보인다… 공전 거듭 당 특별위원회 ‘변질’ 비판
입력 2016-01-05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