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 저희 집 바깥 온도는 영하 6도였습니다. (중략) 오늘은 너무 많은 난민들이 몰렸습니다. 지나가는 많은 난민들과 사역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정말 올해는 저들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의 김수길(59) 선교사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mission gypsi.com)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김 선교사는 아내 조숙희(56) 선교사와 지난해 8월부터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을 넘나들며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횡포를 피해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을 섬기고 있다(국민일보 2015년 9월 19일자 17면 참조). 난민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구호물품을 전하는 일이다.
서울광염교회 등 한국 교회는 멀리서 외롭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들 부부를 위해 응원과 연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한국교회 교인이 보낸 성금만 이미 4000만원을 넘어섰다. 김 선교사는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럽 난민의 현실을 전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국경은 성탄절의 여유로운 모습도, 설렘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습니다. (중략) 지고 간 물품은 난민에게 값진 성탄절 선물과 그들을 보호하는 물품들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몇 명의 난민은 제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12월 25일)
“겨우 걸을 나이에 자기 가방을 짊어진 아기들의 모습에 사역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주려고 합니다. 많은 옷을 입어도 추운 날씨인데 이 날씨 속에 반기는 사람 없는 먼 곳으로 가는 그들이 애처로워서 여성 봉사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12월 31일)
유럽 난민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일에는 그리스 아가토니시 섬 인근 바위에 난민을 태운 보트가 부딪히면서 시리아 출신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난민의 49%가 내전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 국민들이었다. 시리아 내전의 이면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간 오랜 반목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일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에 대해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 시리아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김 선교사는 4일 홈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그나저나 난민들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깨어졌으니 시리아와 이라크에 난민들만 더 늘어나겠지요.”
그렇다고 그의 난민 선교가 동력을 잃은 건 아니다. 같은 글에서 그는 난민에게 비옷을 전달했다고 썼다. 비슷한 사역을 벌이는 봉사단 이야기도 전했다. 김 선교사는 “비를 맞으면서 난민을 돕는 젊은이들이 너무도 귀했다”며 “한국이 가깝다면 방학을 맞아 (청년들이) 이곳에서 인생의 가치를 배울 텐데 조금 아쉽다”고 적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유럽 난민 새해 더 늘듯… 한국교회 구호 꾸준
입력 2016-01-05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