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고등학교 때 일이었다. 친구의 형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명문대에 다니던 그는 청운의 꿈을 가진 고시생이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을 했다. 허름한 장례식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주변은 가을 산이었다. 단풍색깔도 처량하게 보였다. 친구 어머니의 통곡이 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멍하게 장례를 지켜보았다. 끝나고 식사를 했다.
그때 교회 어른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말씀을 하셨다. “산에 오니 밥맛이 좋다.” 그 한 말씀이 믿음이 연약한 나에게 비수같이 꽂혔다. 친구 어머니의 애곡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후일 깨달았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죽음을 보고 우셨다. 나사로가 다시 살아날 것을 아시면서도 우셨다. 예수님은 인간의 죽음, 그리고 그 때문에 슬퍼하는 자들을 아파하셨기 때문이다.
2015년을 떠나보냈다. 신조어를 보면 지난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2015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다음과 같다. 1위가 ‘금수저, 흙수저’다. 부모가 부자면 금수저, 반대는 흙수저다. 2위는 ‘헬조선’이다. 한국사회는 지옥과 같다는 뜻이다. 3위는 ‘취향저격’이다. 딱 내 취향일 때 쓰는 말이다. 4위는 ‘죽창’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 분노의 표시다. 5위는 ‘전화기’다. 취업 잘되는 전자전기,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공이다. 6위는 ‘메갈리아·여성시대’다. 여성비하에 반발해 여성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다. 7위는 ‘열정 페이’다. 최저임금 이하 급여로 20·30대를 착취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삼포시대’ 즉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고 한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한다는 ‘오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버려야 한다는 ‘칠포세대’가 나타났다. 결국 계층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절벽시대’라는 말까지 유행했다. 이 말들을 분석해봤다. 클린턴이 1992년 대선 때 사용한 슬로건이 맞는 것 같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틀림없이 2017년 대선 때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 말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지지를 받을 것이다.
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에 맞장구는 칠 수 없다. 교회는 답을 주어야 한다. 그 답은 아파하는 교회라고 말하고 싶다. 아파하는 교회는 먼저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파해야 한다. 하나님은 분명히 답을 주셨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 8:3)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진리다. 상대적 빈곤만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 진리인 말씀을 만나야 한다. 정신과 의사들도 “콤플렉스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콤플렉스가 오히려 창조적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그 죄성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죄야.” 교회가 하나님의 아프심을 헤아릴 때 오직 예수님을 힘 있게 선포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 안에 답이 있다. 교회는 이 시대를 아파해야 한다. 최근에 겨울왕국이란 영화를 봤다. 교회가 혹시 엘사와 같이 세상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2015년에 교회의 서글픈 소식들이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하지는 않았을까. 2016년엔 안나와 같이 사랑으로 세상을 녹여야 한다. 그 이상 십자가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것은 아파해야 한다.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
권순웅 목사 (동탄 주다산교회)
[시온의 소리-권순웅] 아파하는 교회
입력 2016-01-05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