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뻔히 예상된 보육대란도 수습 못하는 기막힌 현실

입력 2016-01-05 18:04
‘보육대란’이 결국 현실화됐다. 이런데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비용 부담을 놓고 벌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의 지루한 ‘핑퐁게임’은 여전하다. 학부모들의 분통과 유치원·어린이집의 아우성은 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다. 무책임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여야 도의원들이 격렬하게 다투다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 사태’를 맞았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매월 4일에 각 유치원으로 지원금을 내려보냈지만 올해는 1월분 지원금을 4일 지급하지 못했다. 유치원에 나눠주는 보육비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생 1인당 29만원, 공립유치원은 11만원이다. 이 돈이 이날 유치원에 지급되지 않음에 따라 원생 19만8000여명이 이용하는 경기도 유치원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어린이집은 결제 방식이 달라 다음 달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원액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서울, 광주, 전남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문을 닫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학부모들이 보육비를 떠안게 될 상황도 올 수 있다.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자세는 너무 안일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5일 긴급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예산 미편성은 교육감의 직무유기”라며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이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치킨게임’을 당장 끝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 시·도 교육청은 서로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한 조정과 협의의 장부터 하루빨리 마련하길 바란다. 여야도 해결 방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보육예산 공백 상태를 방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