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함과 여성미를 대표하는 배우 김하늘(38)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7일 개봉되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에서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2011년 ‘블라인드’ 이후 5년 만의 컴백이다.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20년째를 맞이하고, 오는 3월 한 살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로서는 이번 작품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결혼 얘기부터 꺼냈다. “결혼 전에 선보이는 마지막 영화라면서 기분이 어떠냐고 질문들 많이 하시는데 사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결혼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작품은 많은 분과 같이해온 것이잖아요. 영화 개봉과 홍보가 우선이고 결혼준비는 그 다음 일이에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찾고 싶은 석원(정우성)과 기억을 감추고 싶은 진영(김하늘)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형식의 멜로다. 그동안 김하늘이 보여줬던 상큼 발랄한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아픈 기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만 비밀을 밝히지 못하는 진영은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인물이어서 완전 몰입하면서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영화는 정우성이 제작까지 맡았다. “데뷔 당시 제가 정우성 선배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남자도 아닌데 말이죠. 선배랑 호흡을 맞추는데 특유의 강렬한 눈빛을 바라보는 게 좀 힘들었어요. 촬영 초반에는 NG도 많이 냈고요. 병원에서 선배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정말 어려웠는데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줘서 힘을 얻었죠.”
김하늘은 올해 ‘여교사’와 ‘메이킹 패밀리’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들 작품에서 다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전작과 똑같은 것은 재미가 없어요. 어떤 배우든지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을 거예요. 그렇지만 파격이라는 센 표현은 부담스러워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조용하면서 강한 배역을 찾아요. 이번 영화가 딱 그런 스타일이죠.”
첫 장면에서 “김하늘 맞나?”고 할 정도로 퉁퉁하게 나온다. “3일간 잠을 못 자고 촬영한 탓에 얼굴이 퉁퉁 부었어요.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망가지는 건 문제가 아니잖아요. 극중 진영에게 반해 촬영이 끝나고서도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어요.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고요.” 그만큼 배역에 충실하고 열심히 연기했다는 얘기다.
영화의 주제나 메시지가 뭔지 물었다. “사랑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는 따뜻한 느낌의 영화예요. 누구나 행복하고 아팠던 기억이 있을 텐데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면 좋겠어요. 영화를 찍고 나서 저도 조금은 성숙해졌죠.” 이번 영화에 출연한 게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당연하죠”라며 웃었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행복하고 아팠던 기억 그 자체로 소중한 거죠”… 5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는 김하늘
입력 2016-01-05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