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란과 단교”… 中東 종파분쟁 소용돌이

입력 2016-01-04 22:08 수정 2016-01-05 00:45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국교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친(親)사우디국인 바레인과 수단도 이에 가세했다. 중동 전역이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이란 진영으로 갈려 종파 분쟁에 빠져들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 영향으로 유가도 급등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는 자국 주재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내 출국을 요구했고, 이란의 자국 외교관들에게는 귀국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가 지난 2일 반정부 시아파 유력 인사 4명을 포함해 모두 47명을 테러 혐의로 사형시키자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양국은 1987년 테헤란 사우디 대사관에서의 시위가 빌미가 돼 1988년부터 3년간 국교가 단절된 바 있다. 1991년 외교관계 회복 이후 25년 만에 다시 국교가 단절된 것이다.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4일 밝히고 자국 주재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이란과 외교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추고 자국 내 이란 외교관의 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시리아와 예멘의 종파 간 내전이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이라크 레바논 등 시아파 정권들은 이란을, UAE 요르단 등 수니파 나라들은 사우디를 옹호하는 등 중동 전체가 종파 분쟁 양상을 띠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은 이날 전자거래에서 전날보다 최대 3.5% 오른 배럴당 38.32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도 전자거래에서 한때 3.3% 오른 38.5달러를 기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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