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해당하는 지분을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늦어도 지난해 10월 말에는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해소할 노력을 하지 않은 만큼 지분매각 명령 등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최대한 신속히 사건 처리”=공정위는 지난달 24일 현대차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관련 지분을 지난 1일까지 해소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문제가 된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제철 지분 881만주(4일 종가기준 4303억원)를 기한 내 매각하지 못해 신규순환출자금지법 첫 위반 사례가 됐다. 현대차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매각 기한을 불과 7일(증권 거래일 3일)을 남기고 나온 점을 감안, 공정위에 매각 유예 요청을 한 상태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800만주 넘는 지분을 1주일 내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향후에도 소액주주의 피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제철 주가는 지난달 24일 공정위 유권해석 통보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공정위는 조만간 현대차에 유예 불가를 통보한 뒤 본격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공정위는 현대차 관계자 소환조사는 물론 필요할 경우 현장조사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혼란 등을 감안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 위반의 경우 주식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 관련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늦게 만드는 등 ‘원죄’가 있는 만큼 시정명령 외에 과징금 부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 알고도 버티기? 양측 치열한 공방 예고=공정위가 현대차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재를 강행하기로 한 데는 자진시정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에 대해 두 그룹은 같은 해 11월 30일 순환출자 변동내역 공시를 했다. 당시 삼성은 “신규 출환출자 금지에 해당하는지 공정위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대차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10월 말 있었던 현대차의 유권해석 질의 역시 공정위가 현대차 실무진에 순환출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먼저 질의를 하라며 현대차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차가 늦어도 10월 말에는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공시에 이를 밝히지 않는 등 해소노력 없이 버틴 정황이 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매각을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규순환출자금지법 조항(9조2항)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받기 전에는 지분 매각 계획을 짜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세종=이성규 기자zhibago@kmib.co.kr
공정위 “시정 불가피” vs 현대車 “시간 없었다”… 순환출자 금지 위반 지분매각 놓고 공방
입력 2016-01-04 21:19 수정 2016-01-05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