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5부 요인 및 정부 고위공직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역시 ‘경제’와 ‘개혁’이었다. 집권 4년차인 새해에도 개혁과제 이행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이다. 절박감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를 위해선 정치권의 자발적인 개혁 및 변화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위한 참된 정치를 실천에 옮겨 달라” “국민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등 언급을 하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거듭 강조한 셈이다. 신년인사회 성격상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에둘러 관련 법안 처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의 직권상정의 열쇠를 쥔 정의화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종료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참석한 만큼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남다르게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또 현재의 변화와 개혁 노력이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갈지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 구조개혁 완수를 위한 절박감이 생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하면서 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정 의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정 의장은 건배사를 통해 “위기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합”이라고 했다. 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식위정수’(食爲政首·먹고사는 것이 우선)를 거론한 뒤 “경제가 정치의 머리에 있기는 하지만,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 돼야 한다”며 ‘화위정수(和爲政首)’란 표현을 강조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맑고 고요한 가운데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가 올바르게 다스려질 수 있다)도 인용했다. 정 의장의 ‘화합’ 발언은 여야 합의 미비를 이유로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정 의장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서도 청와대가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노동·경제 법안은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혁신 2016’을 주제로 열린 신년인사회에는 정 의장 외에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다.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경제5단체장 등 22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55분간 진행됐다.
신년인사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장 등 야당 인사들이 모두 불참했다.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더민주는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나 국회 경색 등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의례적인 행사에 가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갈수록 분당 위기가 심화되는데 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덕담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건배사 차례가 되자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선거의 해가 되니까 자동으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김 대표는 이어 “새누리당은 우리의 미래 세대가 행복한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연계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법안 연계 불가’ 발언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청년들 보면 두려운 마음… 구조개혁 절박감”
입력 2016-01-04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