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탈당 지역에 새 인물” 安 “친노 지역 표적공천”

입력 2016-01-04 22:03 수정 2016-01-05 00:2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헌 최고위원, 문 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구성찬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마포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가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세배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야권 분열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총선 전쟁으로 빠르게 비화되고 있다.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탈당파 의원 지역구에 새 인물을 투입하겠다고 나서자, 이번엔 안철수 신당이 ‘친노(친노무현) 의원 지역구 표적공천론’으로 맞불을 놨다. 제1야당 고지를 점령하려는 양측 간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표가 인재 영입에 몰입하자 안철수 의원은 동교동계 구애(求愛)에 나섰다.

◇‘전면전’ 선언한 문재인과 안철수=문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총선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권세력과 거듭 혁신하며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미래세력의 한판 승부”라며 “더 젊고 새로운 당이 돼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탈당파를 ‘혁신을 거부한 세력’으로 규정하며 일전을 치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2호 인재 영입 인사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탈당한 유성엽 의원 지역구(전북 정읍)에 공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안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에 참여하실 분들은 3자구도 하에서 싸울 각오를 가지고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안 의원 측 문병호 의원은 아예 친노 표적공천론을 못 박았다.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박(친박근혜) 의원, 친노 의원 지역구에 특별한 공천을 할 생각”이라고 한 것이다. 더민주와 안철수 신당이 서로 상대편 핵심 인사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시사함에 따라 올해 총선은 양대 야권 세력 간 대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안 의원 대선캠프 후원회장을 지냈던 소설가 조정래씨에게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이자 비례대표 의원인 도종환 의원을 통해 제안했으나 조씨는 고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측이 안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 이어 조씨에게도 영입 손길을 뻗친 게 알려지면서 양 진영 간 신경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더민주 일각에선 두 세력이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도 나온다. 더민주 지도부 핵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상 신당이 전국에 후보를 낼 수도 없고, 최소한 후보 단위의 야권연대는 이뤄질 것”이라는 ‘소망’성 발언도 했다.

◇문·안의 ‘사람 잡기’ 경쟁=안 의원은 탈당파 의원들을 대거 이끌고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안 의원의 행보는 동교동계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이들을 잡아야 야당 정통성 계승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은 이 여사에게 “김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꼭 이루겠다”고 했다. 이 여사는 “새조직을 일구기 위해서 수고하는 것 같았다. 잘하시겠죠”라고 답했다.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이 여사는 사저 내 모과나무 열매로 만든 차를 대접하며 “힘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비공개 회동 후 “신당이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씀도 주셨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일 문 대표의 이 여사 예방 때와 사뭇 다른 것으로, 이 여사는 당시 문 대표와 8분 동안 짧은 덕담만 나눴다.

문 대표는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문 대표는 특히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인사에서 탈피해 각 분야 전문가 발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10일 이후에는 ‘안철수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한 인재 영입과 당 조직 정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구 민주계를 이끌고 있는 정대철 더민주 상임고문은 정균환 김영진 전 의원 등 40여명과 함께 탈당할 것을 시사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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