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혼수상태’인데… 막 오른 ‘선거 전쟁’

입력 2016-01-05 04:02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새누리당 임정석 정승연 민정심(왼쪽부터) 예비후보가 4일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선거구 획정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회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의결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대형 이슈가 사라진 ‘정치 실종’ 상황에서 20대 총선의 막이 오르게 됐다. 오는 4월 13일 총선까지 딱 100일밖에 남지 않은 4일 국회의원 선거구 공백 사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꽉 막힌 대치 국면을 풀어줄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가운데 여야가 서로의 쟁점 법안을 처리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무기력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선택만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대형 이슈 사라진 자리에 정쟁만 남아=과거 총선에서는 휘발성이 큰 이슈나 여야의 선거 프레임 대결로 정치판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례가 빈번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놓고 여야가 찬반 논쟁을 벌였다. 대통령 선거 이후 4개월 만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선 갓 출범한 이명박정부 및 여당이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정 안정론’을 띄웠다. 당시 야권은 ‘거대여당 견제론’으로 맞불을 놨고 ‘대운하 사업’ 반대를 이슈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앞선 17대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16대 총선은 남북정상회담이 선거판을 흔든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선 정책 경쟁은커녕 지나친 정치공세에만 몰입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법 기능 마비와 계파 싸움으로 대표되는 ‘무능 정치권’ 전반을 향한 심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다수 의석을 차지해 어떤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적 이벤트’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못하는 국회를 비판하고 여당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당은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총체적 난관”이라고 했다. 또 “대형 이슈가 없고 정책이 실종된 선거에선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며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물갈이 칼날’은 누구를 향할까=어느 때보다 높은 정치권 비판 여론이 현역 의원 교체를 뜻하는 ‘물갈이’로 직접 이어질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심판 대상인 여야의 ‘물갈이 시나리오’는 계파별 정치공학에만 몰입돼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박근혜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전직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내 경선에서 연패했던 친박계가 이번 총선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에 나서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현역 의원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야 혹은 어느 특정 계파에 대한 물갈이가 두드러질지는 미지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여야가 모두 계파별 셈법에 빠져 있거나 특정인을 겨냥한 인물 영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신당 바람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야당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를 내심 기대했던 새누리당은 최근 예상보다 높은 신당 지지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현재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선거 전날까지 무슨 변수가 터질지 모르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총선은 차기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 대표,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