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거래일은 최악이었다. 중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고 이는 한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로 전염됐다. 여기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단교라는 중동발(發) 악재까지 겹쳤다.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 잔뜩 드리운 암운은 실물경제로 전이돼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킬 수 있어 더욱 우려된다.
◇서킷브레이커 도입 첫날 두 차례 발동=4일 오후 1시13분(현지시간) 중국 증시에서 본토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5% 이상 급락해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15분 만에 거래가 재개됐으나 낙폭이 더욱 커져 7%까지 떨어지자 10분도 안돼 서킷브레이커가 다시 발동됐다. CSI300지수가 7% 이상 급등락할 경우 종일 거래가 중단되는 규정에 따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85% 하락한 3296.66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증시 급락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서킷브레이커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키워 패닉으로 몰고 간 모양새다. 중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정책 변화나 외부 요인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며 “중국은 개인 비중이 커서 매물이 매물을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지난여름 패닉 장세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심리 악화=네덜란드 라보뱅크의 아태지역 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에브리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한 것과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 증시 폭락을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信)은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가 48.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48.9)보다 낮고 전월(48.6)보다도 낮은 수치다. PMI가 기준치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하는데, 10개월 연속 기준치를 넘지 못했다. 생산과 수출, 구매활동 모두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12월 제조업 PMI도 49.7로 시장 예상치(49.8)보다 낮았다.
이처럼 부진한 12월 지표에 대해 싱가포르 컨설팅 업체 IG아시아의 전략분석가 버나드 아우는 “분명히 불길한 한 해의 출발”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증권 마사유키 오타니 연구원도 “실망스러운 지표”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신호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가치의 평가절하 추세가 이어져 중국 내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 것도 증시 폭락에 한몫했다. 이날 고시된 위안화 기준 환율은 달러당 6.5032위안으로 4년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위안화 약세) 수준이다. 주저우증권 덩하이칭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안화 환율 추이로 주식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움직임이 생겼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로 자본유출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지난여름 증시 폭락기에 한시적(6개월간)으로 제한했던 상장사 주요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오는 8일부터 가능해지는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홍콩 입법회(국회)의 금융서비스업계 직능 대표인 크리스토퍼 청 의원은 “8일 지분 매각 제한 조치가 풀린 뒤 주요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주식을 내다팔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유동성 리스크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 증시도 ‘파란(波瀾)의 개막’=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06%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 증시가 파란 속에 2016년의 거래를 시작했다며 첫 거래일에 닛케이지수가 하락한 것은 3년 연속이라고 전했다. 약세로 출발한 닛케이지수는 중국 제조업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낙폭이 커졌다. 미즈호증권의 구라모치 노부히코 투자정보부장은 “중국 경제의 감속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 속도나 원유 가격 동향에 따라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와 금값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119.24엔까지 하락했고, 국제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0달러 이상 치솟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새해 증시 차이나쇼크] 中 서킷브레이커 도입 첫날 두 차례나 발동… 지구촌 증시 패닉 장세
입력 2016-01-04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