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소주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정부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소주값 인상으로 주세도 자동으로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경제성장률 둔화로 세수 부족까지 우려했던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후레쉬는 출고가가 962원에서 1016원으로 오르면서 소주 한 병당 세금도 510원에서 538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간 920억원 정도의 세수 인상효과를 보게 됐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일반적으로 소주 한 병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정도”라며 “소주값이 오르면 세금도 같이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1년 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것과 닮아 있다. 1년 전 담뱃값은 기존 2500원 선에서 4500원대로 대폭 올랐다. 담배 소비가 줄어 국민건강이 증진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담배 판매량은 일시적으로 줄어든 뒤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의 주머니만 두둑해져 건강 대책이 아니라 정부 곳간 채우기가 된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담뱃값과 달리 소주값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올렸다”며 “주세법에 따라 세금이 일정비율 더 걷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소주값 인상은 세수확보·물가관리를 위한 정부 작품”이라며 정부가 술값 인상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사례로 든 것은 2010년 제기된 소주업체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송이다. 당시 무학·하이트진로·보배·한라산 등 9개 회사는 공정위가 소주값 인상 담합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과 항소심에선 공정위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소주시장을 50% 점유하고 있는 진로가 국세청과 출고가 인상 등을 협의하고 가격을 올렸고, 나머지 업체들은 이를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 비슷한 인상조치를 했기에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런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번에도 정부가 암묵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청이 소주 관련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원가 인상을 부추기거나 용인한 것”이라며 “현 정부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담뱃세와 마찬가지로 주로 간접세 위주로 세금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소주값 일제히 인상 알고보니 稅收 확보용?
입력 2016-01-04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