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문형표(사진)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새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과 관련해 공단 노조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 이사장 취임으로 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갈등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4일 “메르스 사태의 최종 책임자가 징계를 받기는 커녕 이사장으로 금의환향한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사장직을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지부는 ‘메르스 확산 주범 문형표는 이사장직을 바로 사퇴하라’ ‘기금운용 공사화 절대 안돼! 문형표는 자진 사퇴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지난달 31일부터 전북 전주에 있는 공단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지속적인 출근 저지 투쟁과 함께 운수노조, 전교조, 공무원 노조 등과 연대해 자진 사퇴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처장은 “이번 인사는 청와대 불통인사의 또 하나의 사례다. 메르스 사태를 막지 못한 사람이 복지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의 취임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움직임도 빨라져 이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장관 재임시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해 야당과 전북지역민들의 반발을 샀다.
앞서 문 전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31일 국민연금공단 제1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메르스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8월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그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도 “국민연금 불신을 야기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섰으며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위해 매진했던 문형표 이사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메르스 사태 책임자의 금의환향 납득 못해”… 문형표 이사장 취임 반발 확산
입력 2016-01-04 20:21 수정 2016-01-04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