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2위 전쟁 ‘아몰랑∼’

입력 2016-01-04 21:30 수정 2016-01-05 00:41

여자프로농구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려 4개 팀이 승차 없이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용인 삼성생명은 4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홈경기에서 52대 51, 한 점 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하나은행은 9승9패로 2위, 삼성생명은 8승10패로 5위였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승리하면서 똑같이 9승10패가 됐다. 청주 KB국민은행과 인천 신한은행도 9승10패로 네 팀이 공동 2위가 됐다. 1위는 17승2패인 춘천 우리은행이다.

이날 경기는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하나은행이 51-44로 앞서 승부는 쉽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앰버 해리스가 48초를 남기고 던진 3점슛이 림에 꽂혔고, 이어 다시 잡은 공격 기회에서 해리스의 3점슛이 백보드를 맞고 다시 림에 들어갔다. 이어 8.5초를 남기고는 배해윤의 골밑 득점으로 52-51로 승부를 뒤집었다. 삼성생명은 4초를 남기고 하나은행 첼시 리에게 자유투 2개를 허용했지만, 첼시 리가 이를 모두 실패하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치열한 2위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팀의 전력이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반면 삼성생명·국민은행은 선전하고 있다. 국가대표 라인업으로 무장한 신한은행은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3일 국민은행에 지며 4연패를 당해 순위가 중위권으로 처졌다. 신한은행이 4연패를 당한 것은 2013년 2월 3일 이후 무려 1065일 만이었다.

그런 사이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이 치고 올라왔다. 삼성생명은 초보 임근배 감독이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보이며 약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 내렸다. 만년 유망주 고아라, 박하나도 기량이 급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서동철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지만 박재헌 코치가 대신 코트에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하나은행은 가드 신지현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됐지만 염윤아, 강이슬이 그 빈자리를 메워줘 박종천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혼혈선수 첼시 리가 가세해 골밑도 탄탄하다. 또 에이스 김정은이 2일부터 복귀했다.

2위는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성적이다. 3위는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만큼 체력적 부담이 가중된다. 그런데 이대로 갈 경우 자칫 불과 한 게임차로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팀과 포스트시즌 탈락 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김우석 바스켓코리아 편집장은 “2위 싸움을 벌이는 4개 팀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고, 저력이 있는 팀”이라며 “이런 접전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용인=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