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패기로 경영위기 극복”… SK그룹 신년회 참석

입력 2016-01-04 20:16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마이크 앞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혼외자 공개 파문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경영에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인 스캔들로 인해 그룹 전체의 ‘오너 리스크’가 거론되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최 회장은 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그룹 사장단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불륜 사실을 공개한 뒤 서울 서린동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모처에서 업무를 봐왔다.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패기를 앞세워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특히 ‘패기’(일과 싸워서 이기는 기질)란 말에 방점을 찍었다. 스캔들과 어려운 경영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최 회장은 “우려가 크긴 하지만 SK는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저 자신과 모든 CEO들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 말미에 ‘패기’ 삼창을 제안했고, 임직원들은 ‘패기 패기 패기’를 함께 외치며 다 함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또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데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와 고용이 가지는 임팩트가 SK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를 포함한 사회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겠다”면서 “많은 관심과 성원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혜택을 돌려주고, 보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내부 분위기가 많이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스캔들과 경영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인 만큼 ‘다시 한 번 열심히 일해보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그룹 구성원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계기로 앞으로 정상적인 경영 행보를 펴나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계에서도 “최 회장이 여론의 시선 등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신년회에 참석한 것은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경영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반도체 경영현황을 논의한 뒤 경쟁력 강화방안을 협의했다. 3일에는 올해 경영구상을 한 데 이어 4일에는 신년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이달 말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