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때우지 못할 정도의 생활고에 시달리다 어설픈 강도 행각을 벌였던 50대 가장에게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답지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백화점 주차장 강도사건의 피의자 이모(53)씨에게 시민 80여명이 모은 성금 약 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7월 5일 서울 강남의 백화점 주차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차에 오르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했다. 당시 이 여성과의 몸싸움에 밀려 힘없이 흉기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CCTV를 확인한 경찰은 닷새 뒤 경기도 문산의 한 컨테이너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연매출 100억원대 중견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하던 이씨는 잇따른 사업 실패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회사가 부도나자 범행에 나선 터였다. 강도짓을 하기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흉기를 떨어뜨렸다고 경찰관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두 자녀를 키우며 암 투병 중인 80대 노모까지 돌봐야 했던 가장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사건이었다.
사연이 알려지자 30대 주부와 중년 사업가 등이 이씨를 돕겠다고 나섰다. 사업에 실패했다가 재기했다는 남성은 500만원을 선뜻 내놨다. 한 중년 남성은 강남경찰서 강력팀 사무실로 찾아와 30만원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마트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생필품을 이씨 집에 보냈다고 한다. 시민들의 성금은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이씨의 딸과 고교 2학년 아들의 학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씨는 경찰에 편지를 보내 “범죄자지만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시민들에게 출소하면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어설픈 백화점 강도 사연에 밀려든 온정
입력 2016-01-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