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새 시대의 조건] ‘외교·안보·경제’ 손잡아야 국익에 도움

입력 2016-01-04 21:59
‘12·28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면서 최근 수년간 최악의 상태로 냉각됐던 한·일 관계는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두 나라의 해묵은 난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부 간 관계에선 일단 해소됨에 따라 한·일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일 협력의 배경으로 미·중 양강(G2) 구도, 북핵 위협 등을 꼽을 수 있다. 동북아와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서 한·일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격상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역내 경제통합 추세도 한·일 협력의 구심력을 키운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 예다. 한·일 국민감정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경제협력 강화 흐름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하려면 한·일 관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간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뢰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씩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위안부) 협상을 봐도 한·일이 서로 못 믿고 있는데 이건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관계다.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불신도 크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역사 문제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한·일) 국민의 여론을 집약하는 형태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뢰 구축은 박근혜정부 외교정책의 주요 키워드이기도 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라는) 계기를 통해 신뢰가 쌓이고 선순환을 이루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가 도리어 한·일 양국 국민뿐 아니라 정부 간에도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의 반일 정서, 일본의 혐한(嫌韓) 감정이 상당해서 신뢰를 쌓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기 전 단계에서 양국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대일(對日) 공공외교를 보강해 상호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덕민 원장은 “한때 한류(韓流)라는 착시현상으로 많은 일본인이 한국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주류사회는 정작 모르고 있다”면서 “공공외교 차원에서 한국을 이해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과거에는 일본 내에 한국을 아는 친한파가 있었으나 최근엔 그런 게 유명무실화된 상황”이라며 “현재 일본을 주도하는 건 40, 50대인데 그런 사람들과의 소통 통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부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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