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서안산시온교회(이창갑 목사)는 독특한 교회다. 외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고 1층 입구에는 ‘안산다문화선교센터’라는 목간판이 내걸려 있다. 더 특이한 점은 건물 지하에 꾸며진 92㎡(28평) 규모의 쉼터다. 이곳에는 현재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온 남성 8명이 살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 살 곳을 구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다.
교회 지하 공간이 이주노동자의 보금자리로 바뀐 건 2011년이었다. 4일 서안산시온교회에서 만난 이창갑(60) 목사는 “지금까지 쉼터를 거쳐 간 이주민이 50∼60명은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주민 중에는 교회 쉼터에 머물면서도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에겐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까지도 돌보고 보살피는 게 우리의 사명일 겁니다. 쉼터에 머물다 결국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개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 목사를 만난 건 지난해 11월 발족한 이주민선교회위원회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위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이 설립한 기구로 이 목사는 초대 위원장에 추대됐다. 오랫동안 이주민 선교에 매진한 공로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몇 명인지 아시나요? 180만명이 넘습니다. 150만명 수준인 대전 인구보다 많은 거죠. 2020년 우리나라 가구의 20%가 다문화 가정이 될 것이라 전망도 있더군요. 한국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이주민 선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의 숙제입니다.”
이주민선교위원회는 이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인권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의료봉사도 벌인다. ‘이주여성 모국방문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 선교사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 이주민을 상대로는 신학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목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 선교에 뛰어드는 것보다 외국인을 선교사로 훈련시켜 이들의 고국에 파송시키는 게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이들을 ‘복음의 리더’로 키우면 해외 선교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이 목사는 서울 감리교신학대를 나와 충남 태안, 서울 등지에서 목회를 하다 2002년 서안산시온교회에 부임했다. 이주민 선교에 적극 나선 건 교회 안에 안산다문화선교센터를 설립한 2011년부터다. 그는 “과거에는 남들처럼 교회를 부흥시켜 유명세를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주민을 섬기는 게 제 사명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저희 교회를 통해 예수님을 믿기 시작해 세례까지 받은 이주민이 40명이 넘습니다.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선교 분야입니다. 한국교회가 선교사 해외 파송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이라도 이주민 선교에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안산=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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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돌보고 보살펴 복음 전파합니다”… 기감 이주민선교위원장 이창갑 서안산시온교회 목사
입력 2016-01-04 21:03 수정 2016-01-05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