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혼의 ‘골방’을 가지고 있습니까?” 찬양사역자 조준모(48)와 재즈피아니스트 비안(본명 김성배·41)은 새 앨범 ‘골방의 예배’(Worship in secret)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골방이란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내밀한 처소를 가리킨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소니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골방의 예배 즉 사적인 예배가 이뤄질 때 공적인 예배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은 내내 차분하면서도 밝은 어조로 이야기했다. 1990년대 ‘경배와 찬양운동’에 참여했던 조준모는 대학 시절부터 송정미의 앨범에 담긴 곡을 쓰고, 찬양 집회를 인도했다.
“거의 20년 전부터 우리가 예배를 제대로 드리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예배를 제대로 드린다는 것은 우리가 삶 전체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우리가) 돈이나 명예를 주인으로 여기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일그러진 교회나 교인을 보면서 괴로워했던 조준모의 고백이다. 그는 성경 말씀에서 답을 찾았다.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마 6:6)
“나의 할머니는 집에서 혼자 설거지 할 때도 찬송을 부르시며 기뻐하셨다. 말씀에 따라 사셨다. 그리스도인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은밀한 예배’, 하나님과의 교제가 살아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준모로부터 2014년 5월 작업 제안을 받은 비안은 ‘앨범을 만들 자격이 있는가’ 자문했다고 한다. “내 골방의 예배가 식어 있다는 마음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아무리 남루하더라도 회개할 때 기뻐하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 앨범을 만들면서 매일 말씀을 읽고 기도 했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그리스도인의 시작점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조준모는 크리스천의 ‘인스턴트 영성’을 우려했다. “요즘 많은 교회의 예배가 상품화되고 있다. 일부 교인은 예배를 드리는 게 아니라 자기 취향에 따라 예배를 선택하고 소비한다. 말씀을 듣고 내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감동을 받고 그 기쁨만 누리고 싶어 한다. 어떤 설교자는 이런 기호에 편승한다. 참된 예배는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각자의 골방에서 예배를 회복할 수 있는 목소리와 피아노 선율을 담기로 했다. “내가 만든 노래를 불렀다. 내 골방의 고백이 담겼기 때문이다. 비안도 매주 교회에서 자신만의 찬송가 반주를 한다. 편곡을 한다. 그런 곡들을 담았다. 말하자면 나의 골방 노래와 비안의 골방 노래가 만난 음반이다.”
골방의 예배에는 조준모가 부른 곡과 비안의 찬송 연주 11곡이 수록돼 있다.
편안한 읊조림 속에 간절한 영성이 배어난다. 타이틀은 ‘오병이어’(막 6:35∼44)를 소재로 한 조준모의 신곡 ‘테이큰(Taken)’이다. ‘행복한 나귀’란 곡은 하나님에게 삶을 의탁하는 곡이다. ‘주님 저는 그 행복한 나귀 되고 싶어요/묶여 있는 저를 풀어 주세요/세상의 욕심에 죄에 나 자신에∼.’ 예수를 태운 나귀의 모습을 노래했다. 조준모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서서 불렀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성량의 100%를 내려고 하더라. 하나님과의 편안한 대화라면 60%만 내도 된다. 앉아서 부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그동안 솔로로 1, 2, 3집을 냈지만 비안과 함께 작업한 이번 앨범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목소리가 가장 잘 담긴 것 같다. 만족스럽다.”
조준모와 비안은 23일 오후 4시와 8시 두 차례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interpark.com)을 한다. ‘골방의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는 시간이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인 조준모는 부흥한국 음반의 보컬로도 활동했다. 비안은 재즈 트리오 ‘트리오클로저’ 리더이자 청운대 실용음악과 교수이다. 백인 같은 외모로 외국인이란 오해를 받곤 하지만 ‘순수한’ 한국인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찬양으로 묵상을… ‘골방’의 예배로 안내합니다
입력 2016-01-05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