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1인 시위

입력 2016-01-04 18:08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1962년 제정됐다. 시위에 대한 용어 설명은 제2조 2항에 나온다.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했다. ‘여러 사람’, 즉 2인 이상이라야 시위가 성립하는 셈이다. 100m 이내에서의 시위가 금지되는 곳도 있다. 11조에 명시돼 있는데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등이다.

예외는 있다. 1인 시위다. 경찰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시위 금지 장소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국내 최초의 공식적인 ‘나 홀로 시위’는 2000년 12월 참여연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변칙 상속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는 국세청 앞에서 과세 촉구를 위한 시위를 계획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입주해 있던 당시 서울 종로의 빌딩에는 외국 대사관이 있어 시위가 어려웠다. 결국 집회의 개념을 ‘여러 사람’으로 규정한 2조 2항의 허점을 찾아냈다. 집시법의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1인 시위는 이후 청와대, 국회 등지로 확산됐다.

그런데 1인 시위라도 모두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지난달 국회 앞에서 노동 관련법 입법 저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시민단체에 대해 경찰이 4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서로 간격을 두고 한 사람씩 따로 시위를 한 것 같지만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집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위를 기획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국회 앞에서는 같은 목적으로 1인 시위가 수도 없이 진행된다. 1인 시위를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이른바 ‘이격(離隔)형 1인 시위’에 대한 논란이다. 표현의 통로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