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52) 새해의 소망

입력 2016-01-04 18:07
파리의 고전영화관 르 샹포극장

지난해 영화 관람객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억1517만여명. 개봉영화 편수도 한국영화 252편, 외화 1187편으로 역시 사상 최고였다. 마치 1950∼60년대 영화가 거의 유일한 문화 향유수단이었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영화업계 등 관계자 입장에서는 호기다. 그런데 영화 애호가 입장에서 이런 호기를 맞아 절실히 바라는 소망이 있다. 고전영화만 상영하는 고전전문 영화관이다.

고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훌륭한 고전을 자양분으로 현대의 걸작이 만들어진다. 꼭 그래서만이 아니라 ‘요즘 영화’들만 판치는 세태에 고전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켜 준다는 의미에서라도 고전영화 전문상영관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실버극장’이라는 이름의, 노인 관객들을 위한 옛날 영화(고전이 아닌) 상영관은 어쩌다 있지만 일반 관객을 상대로 한 고전영화관은 없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상영을 위한 ‘서울 시네마테크’가 2018년 완공 목표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한국영상자료원 산하에 한국고전영화 상영을 위주로 하는 시네마테크 KOFA가 있긴 하지만 그 같은 ‘특수시설’이 아닌 일반 극장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 예술영화 전문상영관이 몇 개 있지만 대개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다 문을 닫는 영화관이 속출하는 등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고전영화 전문상영관도 정부 지원금에 기대지 말고 돈을 벌어 자립 경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친숙한 옛날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해 고전 명작들을 제값 받고 연중 내내 상영함으로써 고전을 그리워하는 일반인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웃고 싶으면 언제든 우디 앨런이나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영화를, 일상의 서스펜스를 경험하고 싶으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를, 프랑스식 감성을 느끼려면 장 르누아르나 르네 클레망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어야 한다. 부디 새해에는 고전영화 전문상영관 개관이라는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면 좋겠다. 그게 정 안되면 고전영화 전문 케이블TV 채널이라도 하나 생겼으면.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