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의원은 3일 탈당 기자회견 직후 “공동 창업자로 불리는 제가 오죽하면 떠나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로 대변되는 친노(친노무현)·주류의 계파 패권주의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향후 김 의원의 안철수 신당 합류 여부와 동조 탈당 규모에 따라 야권 재편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김 의원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느냐는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릴 것”이라며 향후 행보에 관해 입장을 유보했다. 다만 김 의원이 탈당 전날 안 의원을 만나 한 시간가량 얘기를 나눈 만큼 안철수 신당행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신당에 합류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함께하게 될지는 본인(김 의원)이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
김 의원은 9년 전인 2007년에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야권 재편을 기획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을 포함해 집단 탈당한 의원 23명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었다.
그때 그와 함께 탈당한 의원 중 지금도 국회에서 활동하는 의원은 이종걸 변재일 우윤근 노웅래 전병헌 주승용 의원 등 6명으로, 현재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저마다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탈당한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권 세력을 규합한 뒤 마지막으로 열린우리당을 흡수 통합해 전체 야권을 하나로 묶는 ‘야권 통합’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시 김 의원은 제3지대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한 뒤 ‘박상천 민주당’과 합쳐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 이후 박상천 민주당 세력과의 결별을 거쳐 그해 8월 제3지대 신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에 다시 합류했고 이어 열린우리당을 흡수 통합했다.
김 의원의 과거 행적에 비춰봤을 때 이번 탈당 역시 ‘야권 통합’을 위한 ‘새판 짜기’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김 의원이 탈당에 앞서 ‘창조적 파괴’를 내세웠기에 최종적으로 친노 세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역할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것인가.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오늘 오후부터 생각해보겠다.”
-다른 사람들과 탈당 관련해 논의한 적 있나.
“다른 분들과 탈당하자고 협의한 적은 없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인가.
“의논해보겠다.”
-김한길계 의원이 연쇄 탈당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논의한 적 있나.
“당적에 관한 부분은 각 국회의원의 고독한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당과 관련해 안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 있나.
“안 의원과 가끔 통화했다.”
-문 대표와 상의했나.
“문 대표와 상의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탈당과 관련해 안 의원은 뭐라고 했나.
“탈당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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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3 21:26 수정 2016-01-03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