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탈당 파장과 흔들리는 제1야당의 앞날] ‘安風’ 바람몰이… 野 새판짜기 이제 시작

입력 2016-01-03 21:54 수정 2016-01-04 17:32
김한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승용차에 탑승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동 창업주인 김한길, 안철수 의원이 모두 탈당하면서 제1야당은 사실상 분당 상황에 직면했다. 김 의원 탈당은 사태를 관망 중인 상당수 비주류·중도 인사들의 탈당 결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2월 전까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더민주와 4·13총선에서 대등하게 경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2의 安風…‘안철수 신당’ 교섭단체 구성 가능할까=김 의원의 3일 탈당은 야권 재편 본격화의 신호탄이다. 김 의원은 2007년 패색이 짙은 대선 국면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22명을 이끌고 탈당해 야당 지형을 완전히 바꿔놨던 인물이다. 더민주 비주류의 대표적 전략가인 김 의원과 지난해 말 탈당한 최재천 의원 등이 ‘안철수 신당’ 합류를 예고하면서 정계개편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더민주의 한 핵심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은 적어도 원내 교섭단체 구성(현역의원 20명) 이상의 계획을 세우고 탈당했을 것”이라며 “야권 내 주도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탈당으로 더민주 탈당파 의원은 안 의원을 포함 모두 9명이 됐다.

김 의원 탈당이 곧바로 ‘안풍(安風)’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탈당과 동시에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2007년과 달리 김 의원은 이번에는 자신의 계파 소속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탈당 여부를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적에 관한 부분은 각 국회의원의 고독한 결단이 따르는 것”이라며 “다른 분들과 탈당하자고 협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안철수 신당은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임내현 황주홍 의원에다 김 의원과 최 의원까지 포함하면 벌써 현역 의원만 8명을 확보한 상태다. 앞으로 탈당이 예상되는 박지원 주승용 김관영 의원 등도 합류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철수 의원 측에선 “금주에 3∼4명을 포함해 순차 탈당이 이어져 이달 말에는 원내 교섭단체를 채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무소속 의원이라도 독자적으로 연합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2월 15일까지 의원 20명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안철수 신당은 국고 88억원을 총선 전까지 지원받는다.

반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철수 신당 지지도 상승은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 논란 지속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정부·여당 비판 여론,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호남 홀대 등에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현재 상황만으로는 새누리당, 더민주, 안철수 신당의 3당 구도를 형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누가’ ‘언제’ 나가나…혼돈 속 제1야당=더민주 의원 사이에선 누가, 언제 탈당하느냐를 놓고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에만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4∼5명이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비주류 한 핵심 의원은 “호남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 지역도 흔들리고 있다”며 “요 며칠 사이 잔류보다는 탈당 쪽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늘고 있고, 오늘 김 의원 탈당이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대철 더민주 고문과 구 민주계 전직 의원 그룹도 5일쯤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계인 김유정 전 의원도 4일 탈당과 동시에 광주 북갑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 손학규계 인사들의 ‘결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동교동계는 결행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이 탈당하면 이윤석 김영록 의원 등 전남 의원들은 물론 광주의 장병완 박혜자 의원 등도 추가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김부겸 송영길 정장선 전 의원 등 ‘통합행동’ 소속 중도 성향 인사들은 관망세다. 한 인사는 “자꾸 다른 사람을 들러리 세워 위기를 모면하려는 문 대표도 문제지만 안 의원이 더 큰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란 보장도 없지 않으냐”며 “일단은 당내에서 통합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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