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김한길 의원 탈당 등 ‘동조 탈당’ 원심력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3일 탈당파를 애써 붙잡기보다는 새로운 세력을 영입해 당을 재편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또 ‘조기 선대위’를 띄워 당을 총선 체제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탈당파를 에둘러 비판하며 ‘물갈이’ 의지를 밝혔다. 그는 “새해부터는 오로지 단합의 길로 그렇게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면서도 “당을 더 젊고 새로운 정당으로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탈당 인사를 붙잡기보단 신진 인사를 영입해 분열 사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바일 게임서비스 업체 웹젠의 김병관 의장을 인재영입 2호 인사로 발표했다. IT 업계 출신 벤처 기업가를 영입해 탈당한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김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안 의원에 대한 질문에 “그분이 사장인 직장엔 안 가고 싶다”며 “의사결정의 투명성 부분이나 제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쉽지 않다”고 공격했다.
문 대표는 김 의원 탈당 이후에도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는 “지금 (조기) 선대위는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며 “가급적 논의가 계속돼 나아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조기선대위 조직과 관련해선 “호남(출신 인사)을 포함해서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대체로 당내에서 공감대가 모아져 있다”며 “위원장을 맡을 분에 대해서도 조금 압축이 돼 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선대위원장직에 김부겸 전 의원을 낙점하고 지난달 29일 직접 전화를 걸어 제안하기도 했지만 김 전 의원은 고사 입장이 확고하다.
문 대표가 정면돌파 입장을 밝힌 것은 현재 상황에서 탈당파를 붙잡을 만한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 친노(친노무현)·주류 진영에서도 김 의원 탈당과 비주류 움직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용익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당과 뜻이 맞지 않아 탈당을 하는 분들을 굳이 만류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거취를 빨리 정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최소한 당에 있는 동안은 조용히 계셔 달라. 정치인들 사이에도 최소한의 금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비주류 세력이 ‘탈당’을 무기삼아 당을 흔들고 있다는 간접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의 인재영입 1호로 입당했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의원 탈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선 “(김 의원을) 아프고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드린다. 새로운 출발과 발전을 기원한다”고 쓴 뒤 “약속하신 독재와 패권 타도를 위한 싸움, 협력과 경쟁으로 함께해 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당에서 나가더라도 총선에서는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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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3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