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부터 검열까지 2015년 내내 고단했던 공연계가 2016년 다시 기지개를 켠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 장르별 라인업만 봐도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올해 공연계에서 주목해야할 흐름과 작품을 정리해 본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연극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가 남긴 희곡 38편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올해엔 좀 더 자주 관객을 찾는다.
국립극단은 헝가리의 로버트 알폴디, 중국 왕시아오잉, 한국 임형택이 각각 연출한 ‘겨울 이야기’(1월) ‘리처드 3세’(4월) ‘십이야’(12월) 등 3편을 선보인다. 다양한 색깔로 해석된 셰익스피어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시극단도 김한내가 연출한 ‘템페스트’(1월), 예술감독 김광보가 만드는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3∼4월), 극작가 김은성이 ‘햄릿’을 재해석한 ‘함익’(9∼10월)을 준비했다. 아울러 ‘햄릿’을 새롭게 변주한 김동연 연출 ‘햄릿 더 플레이’(8∼10월)와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가 덴마크 코펜하겐의 극단 리퍼블리크 시어터와 함께 만든 음악극 ‘햄릿’(10월)도 주목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발레와 오페라도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존 크랑코 안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유니버설발레단은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10월)을 올린다. 또 서울시오페라단은 베르디의 ‘맥베드’(11월)를 내놓는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2016년은 한·불 수교 13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은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에서 2015년 9월∼2016년 8월, 한국에서는 2016년 1∼12월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다양한 교류가 펼쳐진다. 공연계의 경우 어느 장르보다 아티스트들의 교류와 협업이 두드러진다. 아트튀르 노지시엘 등 프랑스 스태프들은 작가 김영하 소설을 바탕으로 한국 배우들과 ‘빛의 제국’(3월)을 만들고, 노르망디 국립극장 극장장을 역임한 연출가 장 랑베르 빌트는 프랑스 극작가 마리 콜테즈의 ‘로베르토 주코’(9∼10월)를 발표한다. 한국 연출가 박정희와 이병훈은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 ‘아버지’와 ‘어머니’(7∼8월)를 동일한 무대를 사용하되 다른 연출로 교차 상연한다.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1월) 등을 들려준다. 같은 달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는 작곡가 쿠르탁과 메시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펼친다. 영상과 무용의 결합으로 유명한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는 3월 국립무용단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화제작 가득한 뮤지컬계
지난해 재공연 위주로 숨고르기를 했던 뮤지컬계에서는 창작과 라이선스 모두 신작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창작뮤지컬로는 EMK뮤지컬컴퍼니의 ‘마타하리’(3∼6월)가 포문을 연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사단이 참여한 이 작품의 타이틀롤은 배우 옥주현이 맡았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서태지의 음악을 입힌 동명 뮤지컬(7월)도 5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박칼린 연출로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2014∼2015년 ‘프랑켄슈타인’으로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충무아트홀의 ‘벤허’(8∼11월)도 기대작이다. 왕용범 등 ‘프랑켄슈타인’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라이선스 뮤지컬 신작으로는 뉴욕의 신문팔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즈니 뮤지컬 ‘뉴시즈’(4∼7월)가 아시아에서 초연된다.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영화(1992)가 바탕인 뮤지컬 ‘보디가드’(12월)가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세상을 뜬 휴스턴의 히트곡들로 이뤄진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국내에서 적어도 1차례 이상 공연돼 인기를 끈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도 또다시 무대에 선다. ‘레베카’(1∼3월) ‘드라큘라’(1∼2월) ‘맘마미아’(2∼6월) ‘헤드윅: 뉴메이크업’(3∼5월) ‘브로드웨이 42번가’(6∼7월) ‘모차르트’(6∼8월) ‘스위니토드’(6∼10월) ‘위키드’(7∼8월) ‘잭더리퍼’(7∼10월) ‘킹키부츠’(9∼11월) ‘아이다’(11월∼2017년 2월) ‘몬테크리스토’(11월∼2017년 2월) ‘팬텀’(11월 ∼2017년 2월) 등 10여 편에 이른다. ‘드라큘라’ 김준수와 ‘맘마미아’ 서현, ‘헤드윅: 뉴 메이크업’의 윤도현·조승우·조정석·변요한 등 재연뮤지컬은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롯데콘서트홀 개관과 클래식
스타들의 내한공연 198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들어선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대형 클래식 전용홀이 문을 연다. 8월 18일 공식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25개 안팎의 개관페스티벌 공연을 마련했다. 전체 라인업은 1월 중순 공개된다.
이처럼 클래식계 라인업은 여느 해보다 화려하다. 세계 오페라계의 톱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3월)가 첫 내한한다. 최고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4대로 환상의 하모니를 빚어내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4월), 독일 관현악의 ‘숨은 병기’ 밤베르크 교향악단(10월), 거장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이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 등은 클래식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무대다.
한국에서 클래식 인기를 견인하는 남자 피아니스트 3인방의 공연 역시 관심이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임동혁(1월),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한 조성진(2월), 유럽에서 진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선욱(7월)이 관객과 만난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1월)와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3월) 등 1년 내내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2016 공연계] 호재 많아 好·好·好
입력 2016-01-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