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 지자체, 퇴직 공무원 해외여행비 ‘펑펑’… 전북 9곳 18억 부당 지출

입력 2016-01-03 20:38
재정이 열악한데도 장기근속으로 퇴직하는 공무원들에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등 지나친 예우를 해온 지방자치단체들이 적발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전북도에 대한 정부합동감사에서 9개 시·군이 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20년 이상 근속 후 퇴직하는 공무원 전원에게 부부동반 해외여행과 기념품 지급 등으로 약 2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18억원을 부당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읍시는 지난해 정년퇴직 및 명퇴 공무원 29명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북유럽 등으로 여행을 보내면서 1억7400만원을 사용하는 등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3억3000만원의 여행경비를 부당 집행했다. 정읍시는 또 이들에게 1인당 3돈짜리 금반지(총 418만원)까지 제공했다.

익산시는 2014년 공로연수 및 정년퇴직 공무원 37명을 부부동반으로 유럽여행을 보내면서 1인당 300만원씩 2억2200만원을 집행하는 등 2012년부터 3년 동안 총 4억5300만원을 지원했다.

남원시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정년퇴직자 전원에게 부부동반 해외연수시찰 명목으로 3억1820만원을 지출했고,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으로 1억3200만원을 편성했다가 적발됐다. 김제시도 같은 기간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 56명을 부부동반으로 유럽과 중국 등에 여행을 보내면서 총 2억7720만원을 지출했다. 고창군과 완주군, 임실군도 같은 기간 부부동반 해외여행 또는 시찰 비용으로 각각 1억7870만원, 5700만원, 9690만원을 지원했다. 군산시는 포상금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해 정년퇴직 공무원에게 손목시계와 공로패 제공에 316만원, 순창군은 1인당 40만원상당의 은수저세트 제공에 총 765만원을 썼다. 장기근속 후 퇴직한 공무원 전원에게 일괄로 지급하는 기념품은 업무추진비로 편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포상하려면 조례에 지원 근거가 있거나 공적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퇴직예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예산을 부당하게 편성하고 집행했다고 행자부는 밝혔다.

이들 중 김제·남원·정읍시와 임실·고창군은 자체 수입으로는 직원 인건비도 못 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포상금 예산을 편성해 장기 근속 퇴직 예정자들을 일괄 지원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적발된 자치단체에 세출예산 편성과 집행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주의 조치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